■ 고교생 논술 주제
매년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또한 죽어가고 있다. 식량난 해결 방안의 하나가 유전자 조작식품(GMO)이다. 하지만 GMO는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일부에선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GMO 사용 반대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식량난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GMO의 생산이나 유통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박은지 경기 부천시 중흥고 3학년
‘제2의 녹색혁명’으로 불리는 유전자 조작식품(GMO)은 식량난 해소의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①더욱이 음식 섭취는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GMO는 아직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결이 나지 않는 상태이고, ②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음식 섭취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대에까지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③안정성이 무시된 채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흔히 찬성론자들은 GMO가 아직 인체에 유해하다는 판결이 나지 않았으므로 생산 및 유통을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④유해하다는 판결이 나지 않음이 곧 안전하다라는 생각으로는 이어져서는 안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GMO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많은 불우한 국가와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처음의 목적을 잃고 ⑤오히려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음식 섭취의 결과는 단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거듭하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⑥그 위험성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몇몇 실험에 따르면 GMO를 섭취한 여러 실험용 동물들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으므로 ⑦안정성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⑧반대론자들에게서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불리는 GMO가 인류에게 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포함해 충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며, 현재 이런 것들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생산과 유통은 오히려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첨삭지도
① 음식 섭취의 문제는 화사첨족(畵蛇添足). 오히려 ‘식량난 해결 대 식품의 안정성’이라는 논점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다.
②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음식 섭취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밝혀주어야 한다. ‘후세대까지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③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시사성을 띤 내용을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벼, 옥수수, 감자와 같은 농작물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 유통되고 있다.’
④ 명사형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않음’ ‘안됨’과 같은 표현은 번역 투의 문체로 보일 수 있다.
⑤ GMO가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는 주장은 비약이다. 문맥상 ‘선의(善意)로 생산되었다 하더라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⑥ 위험성의 수위가 어떻게 높아지는지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면 더욱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⑦ 식품의 안정성 확보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
⑧ 지금까지의 주장과 잘 부합하는 결론이다. 다만,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울러 본론에서 제시한 식품의 안정성 이외에 정의로운 ‘식량 분배’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 등도 논의하는 것이 좋다.
■ 총평 : 사회적 이슈는 다양한 측면서 고찰해야
GMO에 반대하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성 있게 펼친 논술문이다. 논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이처럼 논지가 분명해야 한다. 다만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인 만큼 신문 등에서 본 시사적인 뉴스 등을 예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제2의 녹색혁명’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는 표현을 볼 때 GMO에 대한 배경 지식이 많은 학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지를 선명하게 부각하기 위해 주로 ‘식품의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고 분량의 제한 때문에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지 못한 측면이 있겠지만 GMO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했으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간결하게 쓰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한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주장이 들어가면 독자들은 글쓴이가 어디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느낄 수 있다.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은 논술의 시작이요, 마지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 기사가 특정 주제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작성법을 쓰고 있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아울러 논술을 쓸 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해야 할 것이다’는 문장을 많이 쓴다. 어떤 주장을 내세웠으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 제시가 확실해야 한다는 점도 수험생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생각 넓히기
GMO 이용에 대한 찬반 주장은 GMO의 생산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설득력을 얻는다.
① GMO는 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로 바꾸는 기술인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개발되면서 탄생했다. 유전자가 조작됨에 따라 형질도 바뀌는데, GMO는 주로 식물이 제초제 내성을 가지게 하거나 병충해를 줄이려는 목적 등으로 만들어졌다. 생명체에서 차지하는 유전물질의 질량 비율은 비록 작지만, 그 일부가 조작되면 생물의 형질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생각 해본다.
② GMO는 형질이 원래와 달라진 만큼 인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인체의 항상성을 깨뜨릴 정도인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찬성과 반대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 다각도로 생각해 본다.
③ GMO는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 그리고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에 의해 탄생한 예다. GMO 논란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사회의 제반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삶의 수준이 향상되기도 하지만, 새로 떠오른 위험 요소들로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④ GMO문제를 과학적 차원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등지의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의 기아문제 해결과 이들 국가의 정치 불안 원인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9월 27일) 주제
지난달 고교 3학년 여학생이 “남성만 현역 사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것은 양성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여성은 지원자에 한해 부사관이나 장교로만 근무할 수 있어 국방의 의무를 하고 싶은 여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병역의무화는 성의 특징을 외면한 비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주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이 남녀 모두에게 바람직한지, 또 진정한 남녀평등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9월 23일까지, 중학생은 9월 30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