走는 갑골문에서 윗부분이 팔을 흔드는 사람의 모습이고 아랫부분은 발(止·지)을 그려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소전체에 들면서 윗부분이 머리가 꺾인 사람을 그린 夭(어릴 요)로 변했고, 예서에 들면서 土(흙 토)로 잘못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走가 현대 중국어에서는 ‘가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고대 문헌과 자형을 참조해 보면 ‘달리다’가 원래 뜻인데, ‘走馬看山’(주마간산·달리는 말 위에서 경치를 구경함)은 원래 뜻을 잘 담고 있다. ‘천천히 가는 것을 步(걸음 보), 급하게 가는 것을 趨(달릴 추), 급하게 달리는 것을 走라고 한다’고 한 釋名(석명)의 말을 보면 走의 속도가 가장 빨랐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走는 ‘走가(주가·쾌속정)’에서처럼 속도가 빠름을 뜻하기도 하고, ‘牛馬走(우마주·소나 말처럼 달리는 종)’처럼 주인을 위해 밤낮으로 달린다는 뜻에서 하인이나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데도 쓰였다.
그래서 走에서 파생된 글자들은 기본적으로 ‘달리다’의 뜻이 있으며, 이후 의미가 확장되어 ‘가다’는 뜻까지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3(재빠를 교)는 몸이 재어 잘 달림을, 趨(달릴 추)는 종종걸음으로 빨리 걸음을 말하며, 超(뛰어넘을 초)와 越(넘을 월)은 ‘뛰어넘음’을, (전,진)(쫓을 진)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 감’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趣(달릴 취)는 목적한 것을 쟁취하기(取·취) 위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감’을, 2(躍·뛸 약)은 폴딱폴딱 뛰며 달려가는 꿩(翟·적)처럼 ‘뜀’을 말한다. 또 赴(알릴 부)는 점(卜·복)의 결과를 달려가 알림을 말하는데, 訃(부고 부)는 불길한 점괘(卜)를 말(言·언)로 알림을 뜻한다.
이에 비해 起(일어날 기)를 구성하는 己(자기 기)는 아직 팔이 나지 않은 뱃속의 태아를 그린 巳(여섯째지지 사)에서 변형된 글자로, 아이(己)가 걷는(走) 것을 말한다. 아이가 첫걸음을 떼려면 자리에서부터 ‘일어설’ 줄 알아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후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디며 걷게 되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