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코리아’ 제롬 보디 대표(오른쪽)와 부인 그레이스 씨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퓨전 레스토랑 ‘타니 넥스트도어’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세계적인 보석과 시계 브랜드인 ‘불가리 코리아’ 제롬 보디 대표와 부인 그레이스 씨.
이들은 나이 얘기가 나오자 “중요하지 않다”며 한사코 ‘30대 중반’이라고만 했다.
프랑스 출신인 보디 대표는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니고 있고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그레이스 씨도 결혼 전 모델로 활동했다.
30대 중반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20대 후반으로 착각하기 쉬운 멋쟁이 커플이다.
최근 불가리 매장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만났다.》
○ 두 사람만의 주말을 즐긴다
이들은 2003년 결혼했으나 아이가 없다.
그레이스 씨는 “두 사람 모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느라 정착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이제 ‘슬슬’ 2세를 준비할 때가 된 것 아니냐”며 남편을 바라봤다.
보디 대표는 “그러면 일요일 편안한 휴식과 낮잠도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며 웃었다. 1997년 만나 6년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아이보다 둘만의 시간을 더 즐기고 싶다는 게 보디 대표의 설명이다.
이들의 주말은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 생활이 1년 여밖에 안됐지만 음식점 관련 정보는 웬만한 한국인보다 정통하고 빠르다.
“여기 에비뉴엘 타니는 퓨전 스타일인데 강남과 강북 업소 모두 분위기가 좋습니다. 청담동의 중국식 레스토랑 난시앙은 재료 본래의 맛이 살아있는 상하이 스타일의 딤섬이 좋습니다.”(보디 대표)
미식가인 남편의 ‘음식기행’에 자주 동참하는 부인도 음식 정보를 꿰뚫고 있다. 어떤 한식집은 고기의 육질이 뛰어나고, 인천 가는 길에 있는 한 식당은 해물요리가 수준급이라고 귀띔한다.
이들은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고 시간 때문에 외식을 즐긴다고 했다.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요리를 시작하면 열심히 한다. 크레페는 자신있게 할 수 있다.”(보디 대표)
그레이스 씨는 “제롬이 자랑하는 크레페를 먹어본 지 꽤 오래됐다”고 응수했다.
○ 여행에서 서로를 발견하다
이들이 권하는 또다른 주말 활용법은 여행이다. 한국에 온 뒤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과 경주 부산 제주 등을 다녀왔다. 하지만 교통체증으로 몇 차례 곤욕을 치른 뒤엔 주로 서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여행이 우리 인생에서 훌륭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2003년 초 두 사람은 약혼 상태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갈라파고스 제도를 돌며 6개월간 장기 여행을 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페루의 고대 문명, 갈라파고스 제도의 살아있는 생태계…. 모든 것이 즐거움이고 충격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소득은 그레이스와 여행하면서 그가 내 여자라는 확신을 얻은 점이다.”(보디 대표)
“함께 여행하면서 그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어느 순간 제롬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레이스 씨)
○ 일은 마라톤이다
보디 대표는 한국에 도착한 뒤 가장 낯설었던 게 일 중심으로 짜인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었다고 밝혔다.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 일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유럽은 한마디로 레저의 문화다. 일보다 휴식이 강조되고, 프랑스만 해도 주 35시간 근무제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일보다 레저에 맞춰져 있다.”(보디 대표)
그는 또 일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짧게 달리다 끝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중간 중간 많은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일과 휴식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디 대표가 “가정에서의 휴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다”고 하자 그레이스 씨가 “정말 맞는 말”이라며 싱긋 웃었다. 몇 달 사이 집으로 일거리를 가져오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남편에 대한 애교 섞인 불만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보디 부부가 추천하는 음식점▼
△프티 시즌즈(강남구 청담동·한식)-깔끔하고 세련돼 손님을 초대하기 좋다.
△애프터 더 레인(청담동·태국)-적당히 맵고 감칠 맛이 뛰어나다.
△일치프리아니(강남구 논현동·이탈리아)-싱싱한 재료로 본래의 맛을 잘 살려낸다.
△라 사베르(서초구 방배동·프랑스)-프랑스 정통의 맛을 잘 살린다. 작고 편안한 분위기.
△세이아(강남구 압구정동·브라질)-찾기 어려운 브라질식 바비큐 레스토랑. 고기가 좋다.
△아카사카(용산구 한남동·일식)-하얏트호텔의 일식당.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특급 전경과 깔끔한 맛이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