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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美 캘리포니아 와인…새콤한 포도의 香

입력 | 2005-09-23 08:15:00

캘리포니아 와인의 중심지 내파 밸리는 현재 포도 수확이 한창이다. 이른 새벽 켄들잭슨의 와이너리에서 인부들이 포도를 따고 있다. 사진제공 켄들잭슨


《와인 애호가들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구름 속의 산책’에 등장하는 포도밭을 기억한다. 서리를 녹이기 위해 커다란 부채를 천사의 날개처럼 흔드는 장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함께 포도를 밟는 장면….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포도밭이다.

캘리포니아산 포도로 만든 와인은 신대륙 와인의 간판으로 통한다.

생산량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세계 4위.

미국에 다녀온 이들이 많은 한국에서는 프랑스에 이어 판매 순위 2위.

캘리포니아 와인의 중심지는 내파밸리로 373곳의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가 있다.

수확철을 맞은 내파밸리를 다녀왔다.》


○ 신대륙 와인의 기수

캘리포니아 와인은 칠레와 더불어 신대륙 와인의 대표 주자다.

내파밸리는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부티크 와이너리’가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후부터 바다에서 찬 공기가 들어와 일교차가 커지면서 포도가 잘 영근다. 이 덕분에 와인이 복합적이고 깊은 맛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 내파밸리에서 포도밭을 운영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을 ‘드림’으로 여긴다.

내파밸리의 주력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프랑스산보다 섬세한 맛은 떨어지나 입안에 가득한 느낌을 주며, 타닌 성분이 많아 떫은 맛이 강하다. 현지 와이너리 관계자들은 올해 카베르네 소비뇽의 작황을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날씨는 완벽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역사는 1769년 스페인 선교사가 미사주(酒)를 만들기 위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1800년대 중반 유럽 이민자들이 와인 산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1890년대 대규모 병해충과 1919년 금주법으로 퇴색됐다. 1960년대 대규모 와이너리가 들어섰고 1976년 프랑스 캘리포니아 와인 비교 시음회에서 캘리포니아산 화이트·레드와인이 프랑스산을 제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 몬다비 베린저 켄들잭슨이 3대 와인

내파밸리 와이너리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로버트 몬다비로 한해 50만 명이 찾는다. 두 팔을 벌린 수도사 전신상이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품종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만든 시식용 포도밭과 카베르네 소비뇽만 다루는 전용 숙성 및 저장고가 있다. 이곳의 대표적 레드와인인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를 맛볼 수 있는 시음 공간이 있다. 와인 이름에 원산지를 붙이는 프랑스와 달리 캘리포니아에서는 품종을 넣는다.

올해 92세인 몬다비 사장은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고 이곳 와인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와인업계 최초로 “와인은 양보다 질”이라며 퀄리티(quality)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에 2500만 달러를 기부해 ‘로버트 몬다비 와인&식품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1876년 세워진 베린저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금주법 때문에 모든 와이너리가 포도밭을 갈아 엎었을 때 이곳만 미사주를 위한 합법적인 와인 생산이 허용됐다.

이곳은 권위 있는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100대 와인에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두 분야가 뽑힌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캘리포니아 와인 중 유일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프라이빗 리저브와 샤도네이 프라이빗 리저브가 그것이다.

켄들 잭슨 와이너리는 1982년 설립됐으며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생산량이 풍부해 내파밸리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가장 많이 쓴다. 이곳은 현대적 시설에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 투어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다.

켄들 잭슨은 설립 1년 만에 미국 와인 경연대회에서 플래티넘상을 받은 샤도네이로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에 전용 오크통 제작 공장을 갖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에서 질 좋은 땅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캘리포니아 주요 와이너리를 모두 둘러본 대한항공의 방진식(54) 기내식 사업본부 차장은 로버트 몬다비와 베린저의 카베르네 소비뇽 프라이빗 리저브와 켄들 잭슨 샤도네이 그랜드 리저브를 추천했다. 그는 “로버트 몬다비는 떫은 맛과 신맛, 무거움과 부드러움의 밸런스가 훌륭하고 베린저는 묵직한 질감이 일품”이라며 “켄들 잭슨은 오일을 마시는 듯 실키(silky)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내파=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