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로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직 4분기(10∼12월)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연말 주가가 어느 선에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증권 전문가 3명에게 4분기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주가 전망치는 각각 달랐지만 지금의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의견은 일치했다.》
○ 투기가 아닌 투자… 풍부한 증시 자금
지난해 7월 ‘2005년 고점 돌파와 강세장’을 예상했던 대신증권 김영익 상무는 연말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1,300으로 제시했다.
그는 “정확한 주가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1,00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경기가 확실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 김 상무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늘면서 기업의 수익이 2분기(4∼6월)에 바닥을 친 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 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채권이나 부동산보다는 주식 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았다.
김 상무는 “예전에는 주식 얘기라면 손사래를 치며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던 부유층도 주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한 사업가가 ‘한 채 팔아서 주식이나 해 볼까’하며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식에 대한 부유층의 생각이 조금만 바뀌어도 증시의 수요가 더 급격히 늘 수 있다는 것.
○ 확실한 경기 회복… ‘네 자릿수’는 안정적
우리투자증권 박천웅 전무가 예상하는 연말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는 1,220.
그는 “고유가 등의 위험요인이 완화돼 경기와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전무는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 등을 통한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이 주가의 상승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주가 상승은 철저히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실적에 따른 종목별 차별화와 정보기술(IT) 관련 하드웨어, 자동차, 은행주의 강세를 예상했다.
대표적인 국내 증시 비관론자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유동원 상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말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기존 1,000에서 1,065로 올려 잡았다.
비록 다른 증권사들의 예상치에는 못 미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유 상무가 전망치를 올렸다는 것 자체를 큰 변화로 보고 있다.
○ 언제나 불안요인은 있다… 장기 전망 필요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상승 분위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언제든지 주가의 발목을 잡을 부정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김 상무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가격 거품 붕괴로 인한 소비 위축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지적했다.
미국 소비시장이 위축되면 미국 수출에 큰 몫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 경제도 곧바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
유가 상승이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되면 금리가 올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김 상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인한 일시적인 유가 급상승은 과다했던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작용도 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상무는 “증시 자금이 예상보다 늘어 연말 종합주가지수 전망치를 올렸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이 탄탄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관점에는 변함이 없다”며 “6∼12개월 후의 주가 전망치는 여전히 900 선”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