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4.6%→ 4.8%→ ?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경쟁적으로 예금상품 금리를 올리고 있다. SC제일은행은 12일 새 은행 이름을 쓰는 것을 기념해 연 4.5%짜리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이틀 뒤 연 4.6%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상품으로 맞불을 놓았다.
씨티은행은 주가지수연동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1년 만기 CD에 1000만 원 이상 가입하면 CD 금리를 연 4.8%까지 적용해 준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5∼3.6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외국계 은행들이 고금리 경쟁을 벌이자 시중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연 4.0%(CD는 4.2%) 특판 상품을 내놓았다.
외국계 은행이 선도하는 예금금리 경쟁은 고객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은행권, 특히 토종은행 관계자의 시각은 다르다.
토종 은행 관계자들은 “외국계 은행에 배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서비스는 거의 없고 금리 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이 95개 금융회사의 민원 발생 건수와 처리 결과를 분석한 2005년 상반기(1∼6월) 민원 만족도 지수를 보면 토종 은행 관계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예금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씨티은행은 평가 대상 12개 은행 중 10위였다. 금리 경쟁에 나선 SC제일은행은 7위에 머물렀다. 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꼴찌였다. 반면 상위 1∼3위는 부산 신한 대구은행이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이 통합해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의 선진화가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변화는 없는 상태다.
외국계 은행이 금리뿐 아니라 선진 금융기법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도 보이면 좋겠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