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의 ‘부자아빠 거꾸로 주식형 펀드’ 운용팀과 리서치팀 직원들. 전영한 기자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자아빠 거꾸로 주식형 펀드’ 리서치팀과 운용팀은 한 달 이상 분석과 토론을 한 끝에 닭고기 제조업체 하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림은 작년 1월 공장에 불이 났고 가을에는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닭 가격까지 폭락해 실적이 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 실적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중소 경쟁 업체가 대거 정리됐다는 점을 포인트로 삼아 투자에 나섰다.
11월 30일 운용팀은 드디어 하림 ‘매수’ 주문을 냈다. 그런데 1200원 아래의 가격에서 주식을 팔겠다는 매물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졌다.
“왜 이렇게 매수가 잘되지?”
운용팀은 의아해하면서도 신나게 주식을 샀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철저한 가치투자
운용팀원들은 평소와 달리 이날 투자에 집중하느라 신문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조간신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조류독감 확산되면 1억 명 사망 가능 경고’라는 ‘무시무시한’ 기사가 1면 톱으로 실렸던 것.
운용팀도 놀랐다. 하지만 리서치팀과 다시 회의를 가진 끝에 하림에 대한 투자 결정을 번복하지 않기로 했다.
조류독감은 이미 알려진 악재. 하림에 대한 투자포인트는 최악의 시점을 지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맞춰져 있었다. 이를 번복할 이유가 없었던 것.
결국 결정은 옳았던 것으로 판명됐다. 1200원에 못 미치던 하림의 주가는 실적 개선과 함께 올해 7월 3450원까지 치솟았다.
한투운용의 ‘부자아빠 거꾸로 주식형 펀드’는 이름 그대로 ‘거꾸로’ 투자하는 펀드다.
우선 시황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철저히 종목에만 집중한다.
하림처럼 최악으로 보이는 기업, 그래서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 기업 가운데 투자 가치가 높은 종목을 찾아 집중 투자한다. 그리고 종목이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장기간 기다린다.
이런 가치투자 방식으로 거꾸로 펀드는 최근 1년간 75.78%라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 올해 2분기(4∼6월) 한국펀드평가의 내부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기도 했다.
○잘 짜인 시스템과 좋은 팀워크
“아무래도 잘생긴 내가 앞에서 찍어야지.”
“거기 뚱뚱한 팀장님은 뒤로 좀 빠집시다.”
14일 인터뷰 직전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팀원들이 시끄러워졌다. 밝은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철저히 시스템으로 종목을 발굴합니다. 그리고 특정 종목에 대해 거침없이 토론하지요. 팀워크가 필수적인데 그것만큼은 자신 있습니다.”(김상백 주식운용본부장)
거꾸로 펀드는 리서치팀이 종목을 발굴하면 운용팀과 회의를 거쳐 투자 여부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펀드 설정 이후 대표 펀드매니저가 세 번째 바뀌었고 회사도 동원투신과 합병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잘 짜인 종목 발굴 및 투자 결정 시스템과 활발한 팀워크는 변함없이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도움말=한국펀드평가)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