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부동산시장 투자 환경이 바뀌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압박은 커졌고, 아파트 매물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전세금은 들먹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요자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대응전략을 요구한다. 무주택자는 내집마련에 나설 때다. 1주택 보유자는 집을 넓혀갈 기회를 잡게 됐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면 보유 주택 수를 줄이거나 자산 구성을 새로 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주택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상훈(37) 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4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은 1억3000만 원. 그는 당초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반겼다. 집값이 안정되면 내집마련 기회가 늘고, 주택 금융 지원도 많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의 고민은 되레 늘었다. 12월에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할 눈치인 까닭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8·31대책이 발표된 직후 1주일 동안 서울 등 수도권의 전세금은 0.4% 올랐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집은 재테크 외에도 주거 안정의 기능이 크다”며 “무주택자라면 이번 기회에 집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내집마련 방식은 수요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주택마련 자금으로 사려는 집값의 30∼40% 정도만 갖고 있고 청약통장이 있다면, 공공택지의 신규 분양아파트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당장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라면 서울 송파신도시, 경기 김포, 파주시 등에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를 노릴 만하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돼 분양가격이 저렴하다.
웬만큼 자금 여유가 있다면 경기 성남시 판교나 하남시 등 인기지역에서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에 청약하는 것도 좋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가 바뀌어 당첨확률이 높아졌다.
한 번도 집을 가져본 적이 없는 무주택자라면 10월부터 부활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할 만하다.
▼1주택 보유자▼
부모님과 자녀 둘, 부부 등 6인 가족인 이모(42·경기 고양시 일산) 씨는 요즘 이사를 고려 중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살고 있는 37평형 아파트가 다소 좁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갈수록 서울로 가는 교통이 혼잡해져 직장인 여의도로 출근하기도 만만치 않다.
살고 있는 아파트 시세는 4억1500만 원 선. 같은 단지 47평형은 6억3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비슷한 평형의 여의도 아파트는 7억 원 대를 호가한다.
여윳돈은 1억 원 남짓. 이 씨는 당분간 여의도의 34∼37평형 아파트 시세와 같은 단지 47평형 시세의 변화를 지켜보며 이사할 곳을 결정하기로 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1주택 보유자라면 이번 기회에 넓은 평형으로 이사하거나, 인기지역으로 옮겨볼 만하다”며 ‘갈아타기’를 권했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으로 집을 옮기고 싶었던 수요자는 올해 말 강남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여윳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넓히거나 인기지역의 고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은행 대출을 받아야하므로 이자 부담이 크고, 앞으로 늘어날 보유세도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부동산 개발 및 자문업체인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인기지역에 큰 평형의 주택을 한 채만 보유했다면 더 이상 주택을 욕심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주택 보유자▼
자영업을 하는 박모(51)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래미안 33평형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우성아파트 50평형을 갖고 있다. 시세는 각각 8억1000만 원과 7억 원.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라 집 한 채를 처분할 계획이다. 갈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올해 재산세 181만 원과 종합부동산세 8만7000원을 합쳐 보유세로 총 189만7000원을 부담한다. 그러나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아지면서 종합부동산세만 129만 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인상될 재산세까지 합치면 보유세 부담이 400만 원을 웃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정동연 세무사는 “매입가격과 현 시세를 비교해 양도차익이 적은 집을 먼저 파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치동 삼성래미안은 입주 후 5년 만에 5억5000만 원 올랐고, 서현동 우성아파트는 2003년 산 뒤 2년 동안 1억9000만 원 상승했다. 우성아파트를 파는 게 양도소득세를 훨씬 적게 무는 셈.
부동산자산관리업체인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다주택 보유자는 본인이 살지 않는 주택에 대해 매각, 증여, 임대 등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팔 때는 매입 시점에 비해 가격이 덜 오른 집, 비(非)주택투기지역의 집을 우선 파는 게 세금 부담이 적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매입가격에 비해 현재 집값이 2.5배 이상이면 양도보다 증여가 유리할 수 있다”며 “세금을 계산해 보고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