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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지민]‘주식사랑’ 실연의 아픔 피하려면…

입력 | 2005-09-29 03:03:00


요즘 주식시장이 시끄럽다. 크는 애들은 시끄러운 법이라더니 마치 그 모양이다. 연일 왁자지껄하게 최고치 운운하며 쑥쑥 크더니 단숨에 주가지수가 1,200을 넘어갔다. 진작 컸을 키가 성장호르몬의 지연으로 이제야 사춘기를 맞았다는 듯 1,300 또는 2,000도 예사롭게 논한다.

지난 18년간 대략 500에서 1,000 사이를 배회하던 종합주가지수가 오랜 망설임 끝에 방향을 잡았으니 기대감들이 오죽하랴. 실물경기의 오랜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가만 오르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내게 묻는다 해도 나 역시 ‘위쪽’이라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주식은 존 케언스가 말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믿는 그대로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다시 주식을 사랑하기엔 실연(失戀)의 상처가 너무 깊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2000년엔 코스닥시장의 추락을 보며, 또한 그전에도 그 후에도 우리는 주식 때문에 불행했다. 올해 같은 상승장에서조차 개인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을 보이고 있다니 참 딱한 노릇이다.

이 같은 기억을 딛고, 거듭된 실패를 넘어 다시금 주식에 구애하려 한다면 몇 가지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시황을 믿지 말고 ‘시장’을 믿어야 한다. 최근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의 근거로 적립식펀드 가입 등 간접투자의 지속적 증대, 북한 핵 협상 타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경기회복 기대 등을 들고 있다. 다 좋은 얘기들이다. 하지만 과거 어느 상승에도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대지 않은 적이 있었는지 한 번 보라. 2000년에도 외환위기의 성공적인 극복 등을 이유로 1,300을 부르짖던 지수가 500으로 추락했다. 2002년에는 삼성전자의 경이적인 실적 전망을 이유로 ‘적정주가 100만 원’ 설이 나돌더니 43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떨어졌다. 솔직히 전문가들도 모른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증시가 뜨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움직이면 적절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환율, 유가, 북핵, 허리케인, 기관투자 등등 매일 밥상의 메뉴가 변하는 것 아닌가. 정직하고 정확한 것은 오로지 가격! 가격이 오르면 사고 가격이 내리면 팔아 시장에 순응함이 제일의 원칙이다.

둘째, 상승추세에는 동참해 즐기기를 권한다. 경제학자들이 막상 주식투자에는 실패해도 꼼지락거리며 공부는 많이 한다. 오랜 연구 끝에 밝혀낸 실낱같은 단서 하나가 바로 ‘주가엔 추세가 있다’는 사실이다. 내리는 가격은 더 내리려 하고, 오르는 가격은 더 오르고 싶어 하는 속성이다. 이는 시장참여자들의 집단심리에 기인한 것으로, 기계가 아닌 사람이 투자를 하는 한 변하기 힘든 진리다. 따라서 상승에는 동참하고 하락에는 물러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추세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참여할 만하다. 그리고 ‘오르는 주식을 사는 습관’을 지금부터라도 기르기를 권한다.

셋째, 간접투자의 경우에도 사람이 아닌 ‘숫자’를 봐야 한다. 어느 펀드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얼마만큼 큰 금액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서, 매월 몇 %씩 벌어 왔는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얼마나 안정적인 추세로 우상향 수익률 곡선을 그렸는지, 또 하락장에서는 얼마나 손실을 극소화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펀드를 택해야 한다. 결국 자신의 견해보다는 시장의 견해를, 고수익보다는 저위험을, 미래 예측보다는 위험 관리를 더 중시하는 펀드 매니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수 1,200 시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아쉬워하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가지고 한번 참여해 볼 생각인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내 편으로 삼으려면 절대 시장에 맞서서는 안 된다. 시장현상 앞에서 절제와 겸손의 지혜를 보여야 한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