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만기 15년짜리 사모펀드를 출범시킨 리앤킴투자자문 이철영 회장(왼쪽)과 김영수 사장. 두 사람은 “장기투자를 해야 하며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흔히 간접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좋은 투자자. 좋은 투자자는 자신이 왜 투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펀드매니저를 신뢰하며 오래 기다릴 줄 안다.
둘째는 좋은 펀드매니저. 뛰어난 펀드매니저는 고객의 돈을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며 어느 상황에서라도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안다.
리앤킴투자자문 공동대표인 이철영 회장과 김영수 사장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7년 전 고객과 펀드매니저로 만났고 서로를 신뢰했다. 그리고 그들은 사모(私募)펀드의 모범적 모델을 만들겠다며 의기투합해 2003년 7월 16일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만기 15년짜리 사모펀드를 출범시켰다.
이 사모펀드는 출범한 지 2년여 만인 올해 9월 7일 누적수익률 100%를 달성했다.
○ 좋은 투자자, 이철영
이 회장은 1970년대 지금의 대우증권 전신인 삼보증권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했다.
1978년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콘택트렌즈 제조 기업 영한바슈롬을 창립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 합작법인으로 바뀐 바슈롬코리아의 최대주주인 동시에 회장도 맡고 있다.
“김 사장이 투신사에 있을 때부터 제 돈을 관리해 줬어요. 김 사장을 믿을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 사모펀드의 모델을 하나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으고,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이 회장은 결국 펀드를 출범시켰고 리앤킴투자자문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스스로 펀드의 만기를 15년으로 늘리며 펀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줬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믿음과 투자는 장기로 해야 한다는 철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단이었다.
○ 좋은 펀드매니저, 김영수
1998년 한 주간지 선정 올해의 최고 펀드매니저, 1999년 한 월간지 선정 ‘스타 중의 스타 매니저’.
김 사장 이름 앞에는 ‘종목 발굴의 귀재’,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이 허상”이라며 스스로를 “실패에서 배운 사람”이라고 평한다.
“좋은 펀드매니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의 돈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나를 믿고 돈을 맡긴 고객을 위해 시장이 좋건 나쁘건 반드시 일정 수익률을 올려야 합니다.”
자신을 믿고 15년짜리 장기 펀드에 맡긴 고객의 돈을 절대로 함부로 굴릴 수 없다는 것. 따라서 그가 지키는 투자 원칙은 철저한 가치투자와 위험 관리다.
이런 원칙을 지키며 돈을 굴린 덕분에 사모펀드 1호는 2년이 넘는 운용 기간에 단 한 분기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 사모펀드 모델을 만든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갖는 신뢰는 절대적이다.
펀드 자금의 절반 이상을 댄 투자자 이 회장은 시세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운용을 신뢰하며 기다릴 줄 안다. 또 김 사장의 ‘잃지 않는 투자’는 이런 투자자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개인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하세요. 투자는 반드시 3종목 이상에 분산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투자하면 오래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위험이 줄어듭니다. 위험을 줄이는 것은 투자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