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저는 여전히 순돌이로만 비치는 것 같습니다. 연극 무대에 선다고 하니 다들 ‘순돌이가 연극하네’라고 말하시니까요. 아직은 ‘연극배우’라는 호칭이 쑥스럽지만 그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MBC 인기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돌이로 출연했던 아역 스타 이건주(24·사진) 씨가 연극 무대에 선다. 극단 두레의 ‘마술가게’(10월 1일~12월 25일 서울 대학로 두레홀)에서 주인공 ‘작은 도둑’역으로 출연하는 것. 2003년 같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출연했는데 이번 앵콜 공연에서도 다시 주역을 맡았다.
“2002년 이후 대학로 연극 무대에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니까 많은 분들이 ‘이건주? 쟤 이제 끝났어’라고 하셨죠. 어머니도 TV에 나오는 또래 연예인들 볼 때마다 ‘건주도 방송 나가면 잘 할 수 있는데’라고 혼잣말을 하시는데 정말 슬펐어요. 하지만 연극 무대가 제게 얼마나 큰 힘과 도움을 주는 데요. 연기력도 늘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 씨가 출연하는 ‘마술가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도둑이 마술가게 의상실에서 40대 도둑을 만나고, 그를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군부대 총기 난사 사고 등 사회 풍자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제가 TV에 왜 안 나오는지 답은 간단해요. 아무도 안 불러주니까요. 잘 생기고 몸매 좋은 사람들만 나오는데 제가 설 자리가 없죠. 그래서 한 때는 TV를 아예 끄고 살았는데 이 연극을 하면서 저도 현실을 알았다고 해야 하나? 이젠 제 스스로 자신을 가꾸게 되더군요. 살도 10kg이나 뺐어요.”
현재 경기도 한 시청에서 공익근무 중인 이 씨는 인터뷰를 끝내며 “얼마 전 재미삼아 사주를 봤는데 ‘27세 때 쯤 생애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기회가 ‘이건주=전천후 연기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