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몸이 심하게 노랗습니다. 당장 큰 병원에서 피검사를 한번 받아봐요.”(소아과 의사)
첫째 승민이에 이어 둘째 지원이에게도 황달이 찾아왔다. 승민이의 황달로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는 모유황달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의사의 지적을 받고 보니 지원이가 승민이 때보다 훨씬 노랗고, 생후 4주가 지나도록 황달기가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개 신생아의 생리적 황달은 1주일 이내, 모유황달은 2, 3주 이내에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지원이처럼 생후 3주 이후에도 황달이 지속되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다른 원인에 의한 병적 황달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흔한 원인으로는 담낭에서 담즙이 빠져나오는 길이 막혀 생기는 담즙 정체가 있다. 또 모유의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갈락토스혈증이나 갑상샘(갑상선) 기능 저하증, 적혈구의 이상, 간 이상 등도 가능할 수 있다. 모두 치료가 만만한 질환이 아니다. 어떤 원인이든 황달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방치하면 자칫 뇌에 손상을 입는 핵황달에 걸릴 수 있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황달 수치가 25를 넘게 되면 핵황달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0.15%까지 나온다.
부랴부랴 종합병원에 갔더니 예상대로 의사는 모유황달로 진단을 내리고, 모유 수유를 중단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모유를 끊었다가 유두혼란이 생겨 젖 물리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최근엔 모유황달이 와도 굳이 모유를 끊지 않는 것이 추세다. 아내도 모유 끊기를 망설였지만 결국 끊었다. 승민이 때 모유를 끊은 뒤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 모유를 끊어도 생각보다 수치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 각종 검사에 들어갔다. 가느다란 지원이의 목에서 커다란 주사바늘로 피를 뽑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호들갑스러웠던 승민이 때에 비해 그동안 지원이에게 너무 무심했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지만 행여 다른 이상이라도 나타났으면 무심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지 않았을까? 처방약을 먹이고 검사를 하며 한 달 동안 병원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지원이의 황달을 아직도 치료 중이다. 첫째와 둘째, 생김새만큼이나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둘째라고 너무 쉽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새삼스레 둘째도 언제나 첫애를 보는 마음으로 돌보리라 다짐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