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외마케팅팀 신입사원의 서류부터 검토합시다.”
2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A무역회사 박모(36) 인사과장은 직원들과 함께 올해 채용한 신입사원 100여 명의 입사지원서와 영어성적 증명서를 하나씩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박 과장은 “최근 각종 인터넷 발급 증명서의 위조 및 변조가 문제 되고 있어 입사 시 제출하는 증명서를 재확인하기로 했다”며 “대학의 학업성적과 영어성적이 입사나 부서 배치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발급된 각종 증명서의 위변조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처럼 각 기업에서는 이들 자료를 검증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007작전’ 방불케 하는 확인 작업=유명 광고대행사 B사는 입사자의 증명서 확인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학 측에 확인을 의뢰할 경우 기업이 공개하기 꺼리는 학교별 취업 현황이 드러날 수도 있어 인사과 직원이 신상 정보를 이용해 학교에서 직접 증명서를 발급받아 대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전자회사인 C사 관계자는 “입사 당시 모든 서류에 대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영어 시험의 경우 회사가 외부에 의뢰하거나 자체 시행하는 시험 성적을 우선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D사 관계자는 “위변조가 드러난다 해도 퇴사 등 극단적인 조치는 없겠지만 당사자는 인사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위 확인 문의 쇄도=각 기업체와 정부기관 등이 증명서 진위를 확인하려 하자 해당 발급 기관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시내 S대 학생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기업체뿐만 아니라 대학원이나 연구기관에서도 증명서를 확인하려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증명서를 모두 팩스로 보내 달라는 등 어이없는 요구도 많다”고 말했다.
H대 관계자는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확인 문의에 대비해 별도의 전담 요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C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출신으로 모 기업에 입사한 한 졸업생이 ‘취업한 기업에서 성적증명서 확인 문의를 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S대학 관계자는 “최근 한 학생이 성적표 위조를 시도하다 적발된 적이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위변조가) 충분히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위조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점검 등에 나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