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활시설 ‘우성원’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2박 3일 동안 이어달리기를 하며 이곳에서 속초까지 간다는 계획이다. 앞줄 오른쪽이 이석현 씨. 김성규 기자
“달리기 좋아요?” “…….”
“힘들지 않아요?” “…….”
29일 오전 8시 반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 반바지, 티셔츠 복장으로 간단한 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는 이석현(42) 씨는 기자의 물음에 그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서울 강동구의 장애인생활시설 ‘우성원’에서 지내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인 이 씨는 동료 16명과 함께 공원을 출발해 강원 속초시까지 약 215km를 2박 3일 동안 달리는 국토횡단 마라톤에 나섰다.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1∼3급 장애인인 이들은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 씨보다 장애 정도가 심하다. 이들은 5개 조로 나눠 5∼15km씩 이어달리며 속초까지 갈 계획. 이어달리기라고는 하지만 하루 65∼80km를 가고 미시령도 넘어야 하는 큰 도전이다.
이들에게 달리기의 기쁨을 전해 준 이는 강동구의 철인3종경기 동호회인 ‘강동철인클럽’의 송금열(52) 씨. 송 씨는 클럽 회원들과 함께 2002년 말부터 우성원에서 자원봉사로 매주 1회 달리기를 지도했고 훈련 성과는 놀라웠다. 이 씨 등 4명이 지난해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현재 10km를 완주하는 실력. 옷 갈아입는 것도 힘들어하던 이들이 지금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표정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밝아졌다고.
자폐증으로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홍의학(33·정신지체 1급) 씨를 밖으로 끌어 낸 것도 달리기다. 송 씨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그냥 평범한 이웃처럼 편안히 받아들일 때 더 많은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나와 세상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