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에 청강생 자격으로 초등학교 수업을 듣는 이진욱 씨(가운데). 어린 급우들이 칭얼대거나 울면 달래 주기도 한다. 인천=연합뉴스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있나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중고교에서도 공부하고 싶습니다.”
인천 남구 주안북초등학교 1학년 3반에 다니는 이진욱(56·여)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평생 소원이던 학교 교육을 손자 같은 동급생들과 함께 받기 때문이다.
서해 5도의 하나인 대청도에서 수십 년간 살던 이 씨는 4월에 섬을 떠나 학교 인근의 조그마한 빌라로 이사왔다. 만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어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자녀도 배움에 대한 이 씨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이 씨는 주안북초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그리고 1학년 교사들을 만나 입학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상언(60) 교장은 전체 교사회의를 열어 청강생 자격으로 수업을 듣도록 했다.
5월부터 수업을 받은 이 씨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수업시간 중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동갑인 이혜덕(56·여) 담임교사에게 쉼 없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까지 수업 태도가 진지해졌다.
이 씨는 급우끼리 싸우지 않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군기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 급우들이 가끔 칭얼대거나 울면 친할머니처럼 달래 준다.
방홍석(58) 교감은 “장난이 심하던 학생들의 태도가 이 씨의 인정과 사랑으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며 “명예졸업장을 받는 날까지 학창 시절을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