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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맺힌 원혼… 이제 고국서 편히 쉬소서”

입력 | 2005-09-30 03:07:00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이 29일 일본에서 일제 강제징용자 무연고 유골 56위를 수습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임시로 안치했다. 민단은 30일 충남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제30회 망향제를 열고 이들 유골을 안장할 예정이다. 강병기 기자


“유골만이라도 한국 땅에 묻혀야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 징용 또는 징병돼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의 유골 56구가 한국에 안장된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단장 김재숙·金宰淑)은 30일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에서 제30회 망향제를 개최하고 일본에서 발굴한 유골 56구를 안장한다고 29일 밝혔다.

민단은 이날 오후 2시경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및 후쿠오카(福岡) 지역에서 발굴된 무연고 유골을 봉환해 서울 조계사에 임시 안치했다.

민단은 광복 직후부터 일본 전역에 산재해 있는 징병 및 징용자의 무연고 유골을 발굴해 왔으며 1977년부터 지금까지 망향의 동산에 있는 15기의 합동묘지에 2000여 구를 안장했다.

정부는 민단의 요청에 따라 1976년 국립 망향의 동산을 설립했으며 이곳에는 현재 재일동포 3900여 위를 포함해 모두 1만1000여 위가 안치돼 있다.

이번 망향제는 무연고 유골 조국 봉안 고유제와 합동위령제, 안장 등으로 나뉘어 열린다. 민단은 망향제에 참가하는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한편 민단은 29일 인천 남구 수봉공원 재일 학도의용군 참전 기념탑에서 유가족, 재일학도 의용군 동지회 회원 등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재일 학도의용군 6·25 참전 제5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6·25전쟁에는 재일 학도의용군 642명이 참전했으며 이 가운데 135명이 전사했다. 재일 학도의용군 동지회는 의용군 1진이 입국한 1950년 9월 24일을 기려 매년 기념식을 갖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日 “한국인 징용자 유해 868구 소재 확인”▼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희생된 한국인 징용자 868명분의 유골 소재를 확인해 28일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도쿄(東京)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한일 심의관급 협의에서 당시 징용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제공한 유골 관련 정보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

일본 측은 당시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징용 기업 108개사 중 5개사와 1개 단체에서147명분의 유골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지자체로부터도 721명분의 유골 정보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봄부터 △당시 징용 기업으로 지금도 남아 있는 108개사 △2차 대전 중 매장 및 화장 등에 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지자체 △유골이 안치돼 있는 사찰 등을 대상으로 한국인 징용 피해자의 유골 조사를 해 왔다.

일본 측은 사찰 등 종교시설에 보관된 유골은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양국 정부는 유골을 보관 중인 사찰의 동의를 얻어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도쿄 시내 유텐지(祐天寺)에 보관돼 있는 한반도 출신 옛 군인 및 군속의 유골 1135구 중 한국 출신 704구를 한국에 반환하는 방안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일본 측의 조사로 확인된 유골 수가 한국 정부에 접수된 징용 피해신고 건수 13만5000건에 비해 턱없이 적은 데다 유골을 돌려받을 유족을 찾기도 쉽지 않아 향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