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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 이사람]신생‘경남도민프로축구단’박항서 감독

입력 | 2005-10-01 03:03:00

“홍명보 코치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책임감이 강해 대표팀에서도 잘 해낼 것”이라고 말하는 박항서 감독. 박 감독은 “구단주인 김태호 경남지사가 ‘아무리 없어도 선수 선발에 너무 궁색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신원건 기자


가칭 경남도민프로축구단 창단 감독인 ‘작은 히딩크’ 박항서(48) 씨. 그는 요즘 ‘물감도 없이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심정’이다. 쓸 만한 창단 멤버를 고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그는 안양 LG(FC 서울 전신·1989∼1996년), 수원 삼성(1997∼1999년), 포항 스틸러스(2003∼2004년) 등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했다. 1994 미국 월드컵과 2002 한일월드컵 때는 대표팀 코치 경험도 있다. 감독은 2002 부산아시아경기 때 대표팀을 맡아 본 게 전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지난달 29일 만났다.

“어휴, 쓸 만한 선수들은 기존 구단에서 이미 모조리 찜해 버려 눈에 띄는 선수가 보이지 않네요. 어차피 기존 구단에서 뛰지 못하고 있는 1.5군 선수들을 데려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장래성 있는 어린 선수와 백업 멤버를 위주로 고르고 있습니다.”

그의 고향은 경남 산청. 고향에서 중학교(생초중)를 다닐 때까진 공부만 했다. 축구는 서울로 유학 온 뒤 경신고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한양대를 거쳐 1984년 럭키금성 창단 멤버로 1988년까지 맹활약했다. 위치는 공격형 미드필더. ‘밧데리’라는 별명처럼 지칠 줄 모르고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빠른 템포의 조직력 있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11명 모두 그라운드에서의 자기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주장하는 ‘압박’과 ‘게임의 지배’로 상징되는 그런 팀이죠.”

히딩크 감독과는 지금도 꾸준히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2002년 9월 그가 남북통일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히딩크 감독의 그라운드 벤치 착석 문제’로 말이 많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전혀 문제가 없다.

“팀은 하나의 생물과 같습니다. 가장이 부드러우면 어머니나 형이 좀 엄하게 하면 됩니다. 대표팀 감독이 카리스마가 부족하면 코치들이 그 역할을 하면 되죠. 히딩크 감독은 카리스마 때문이 아니라 팀을 조화롭게 잘 이끌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왜 우리는 잘 안 될 때마다 감독의 ‘카리스마’ 탓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문제는 구성원 모두에게 있는데….”

그는 엔트리(20명)에 들지 못하는 21번째 선수부터 10명이 팀워크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관리 대상자’를 잘 다뤄야 한다는 것. 3년 후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이 목표. 구단주인 김태호 경남지사의 축구 열정에 마음이 든든하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