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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씨 남북협력기금 유용 파문]현대그룹 감사보고서

입력 | 2005-10-01 03:03:00


본보가 입수한 현대아산에 대한 현대그룹 내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자금과 남북협력기금 지원금 등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회장이 2001년부터 올해까지 유용(流用)한 돈(현금성 적출액)은 총 25억5600만 원. 이 가운데 비자금 조성이 9억8600만 원(금강산공사계약 날조 8억6400만 원, 본사 비자금 조성 1억2200만 원)이며 기타 자금 유용이 15억7000만 원이다.

○ 돈 어떻게 빼돌렸나

현대그룹 경영전략팀이 감사를 통해 적발한 김 부회장의 비자금은 두 종류다.

그룹이 ‘금강산 비자금’이라고 이름 붙인 비자금은 금강산 관광의 북한 측 파트너인 ‘금강총회사’와 200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각종 공사계약을 하면서 자재대금 조정 및 허위공사계약 방식으로 계약액을 부풀려 만들었다.

금강산 비자금을 만들기 시작한 시점은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2003년 8월)로 그룹이 한창 어려움을 겪던 시기여서 김 부회장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보여 준다.

감사보고서는 금강산 비자금 조성액은 70만3000달러, 비자금 사용액은 76만2000달러(감사보고서 추산액 8억6400만 원)라고 밝혔다. 비자금 사용액이 이례적으로 조성액보다 많은 것은 김 부회장이 나머지 금액을 회사 돈으로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는 특히 “비자금 조성액 중 남북협력기금(보고서에서는 남북경협기금으로 표현) 관련 금액이 약 50만 달러-정부 측 금강산 사업 감사 우려, 현대의 대북사업 신뢰성 상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강산 비자금과 별도인 ‘본사 비자금’은 현대아산에 용역을 제공하는 협력업체 ‘FM테크’를 통해 2004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조성했다. 매달 1000만 원 정도 용역비를 더 줬다가 뒤로 돌려받는 방법으로 1억2200만 원이 만들어졌다.

김 부회장은 또 금강산 옥류관 분점을 내면서 실제로는 32억 원의 외부 투자를 받고 40억 원을 투자받은 것처럼 속여 8억 원 상당의 지분을 본인이 챙겼다. 현대그룹은 본보가 이 문제를 보도(8월 9일자)한 뒤 모든 계약을 철회해 피해액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현대아산의 경영이 악화됐던 2001년 8월 이후 김 부회장이 “무(無)보수로 근무하겠다”고 선언하고도 올 3월 말까지 1억6948만 원의 회사 대여금(가불)을 쓰고 원금과 이자를 전혀 갚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감사보고서는 이 밖에 △개성관광복지회관 사업권 투자업체로 김 부회장의 부인과 관련 의혹이 있는 업체가 선정됐다는 점 △금강산 관광에 대학생 모집권 및 제2온정각 면세점 독점권을 아들과 관련 의혹이 있는 업체에 준 점 △온정각 면세점 독점권을 김 부회장 친구에게 준 점 등도 지적했다.

○ 빼돌린 돈 어디에 썼을까

김 부회장은 ‘금강산 비자금’ 중 20만 달러를 2003년 10월 한국에서 인출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보고서는 “이 20만 달러는 서울 양천구 목동 S빌딩의 D커피전문점 보증금 납입 시기와 일치하며 액수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D커피전문점의 실제 관리인은 감사보고서가 ‘사생활 관련자’로 표기한 20대 여자다. 김 부회장은 현대아산 임원에게 지시해 이 커피전문점의 인테리어 비용 1700만 원도 회사 비용으로 지불하도록 했다.

금강산 비자금 중 나머지 56만2000달러는 북한 현지에서 인출됐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북한 당국에 ‘로비자금’으로 썼을 수도 있고 김 부회장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본사 비자금’은 “(김 부회장이) 부의금, 정치인 후원금 등으로 집행”했다고 감사보고서가 밝혀 일부는 정치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는 또 김 부회장이 아들의 개인적 소송비용 6500만 원과 딸의 결혼식 비용 중 일부인 220만 원을 회사 돈으로 지불한 점도 적발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아산이 매년 적자를 내 임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던 2002∼2004년에 매년 연간 예산의 2배가 넘는 1억9983만∼3억880만 원의 접대비를 썼다. 이 가운데 7200만 원으로는 상품권을 샀다. 이 상품권은 ‘사생활 관련자’가 거주하는 목동 주변에서 대부분 사용됐다.

그는 또 회사 비품이나 금강산 소모품용으로 PC 30대(2639만 원), 홈시어터 2대(2190만 원) 등을 구입했지만 PC 25대와 홈시어터는 금강산과 본사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