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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씨 남북협력기금 유용 파문]‘통일 종자돈’ 관리 허점

입력 | 2005-10-01 03:04:00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유용으로 문제가 불거진 남북협력기금은 어떻게 조성되고 집행되고 있을까.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기금이 지원된 실태와 함께 기금 집행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기금 조성 및 집행 절차는=1990년 남북협력기금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금의 재원은 주로 정부의 출연금, 재정융자특별회계 등에서 조달한 장기 차입금,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나온 수익금, 기금 자체의 운용수익금 등이다.

통일부는 이렇게 조성된 기금을 운용, 관리하는 포괄적인 책임을 진다. 실질적인 기금 관리는 한국수출입은행이 맡고 있다.

기금 집행은 통일부가 기금 지원 신청을 받아들이면 수출입은행이 기금 신청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도로 포장 및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일단 총공사비 27억20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하고 공사를 일부 진척시킨 뒤 그에 해당하는 공사비 14억9200만 원을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에서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사 관리 감독은 조달청과 대한적십자사가 맡았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조성된 기금은 7508억 원이며 이 중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 지원(22억7400만 원), 대북지원 민간단체 지원(35억2600만 원) 등의 명목으로 2755억 원이 지출됐다.

6월 말 기준으로 누적액을 포함한 여유자금은 7065억 원으로 금융기관(73%) 채권(19%)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8%) 등을 통해 운용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지출된 기금은=금강산 관광지구 내 도로 공사비를 포함해 지금까지 현대아산에 직간접적으로 흘러들어간 기금은 총 1159억6200만 원이다.

이 중 900억 원은 2001년 6월 금강산 관광 공동사업자인 한국관광공사에 대출됐다. 관광공사는 이 돈 전부를 현대아산으로부터 금강산 온천장(355억 원)과 문화회관(300억2300만 원), 온정각(244억7700만 원)을 매입하는 데 썼다.

또 244억7000만 원은 2002년부터 학생들의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 지원과 학생 및 이산가족의 관광경비를 지원하는 데 쓰였다.

▽문제점 및 해명=통일부는 금강산 도로 사업에 쓰인 기금 14억9200만 원에 대해 “조달청의 엄격한 관리 감독 아래 집행됐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이 사업이 완료된 부분을 일일이 확인한 뒤 수출입은행이 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도로 공사비를 허위로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 5억 원가량을 조성했다는 게 현대아산의 내부 감사 결과다.

따라서 통일부나 조달청이 공사비 산정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도로 공사비 산정 및 집행 과정의 사실관계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관광공사가 대출받아 현대아산으로부터 온천장과 문화회관 온정각을 매입하는 데 쓴 기금 900억 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광공사는 “중앙감정평가법인과 한국감정원에 건물 평가를 의뢰해 나온 결과에 따라 건물 매입가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또 금강산 체험학습 및 이산가족 등의 관광 경비 지원에 쓰인 기금 244억7000만 원에 대해서도 관광객 1인당 지원금 단가와 관광객 수가 명확하다는 이유로 유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