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임금피크제 확산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근로자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그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이 제도를 잘 운영하면 노사(勞使) 양측의 ‘윈윈’이 가능하다. 고용 안정과 양질의 노동력 확보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절실하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는 달리 정년제(호봉제)가 뿌리내린 우리로서는 임금피크제가 대안이 될 만하다.
임금피크제는 고령화사회의 대비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생산성이 둔화되고 노인인구 부양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령인구 활용 방안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실은 딴판이다.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40대 중반부터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기업들이 호봉제에 따른 고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수시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입사원을 많이 채용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횡재(橫財)효과’를 부풀려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임금보전 방식보다는 제도 도입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는 촉진책이 바람직하다.
기업 측도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 하는 ‘직무 설계’에 공을 들여야 이 제도를 생산성과 연결시킬 수 있다. 내쫓기 어려워 적당히 근무기간을 늘려준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계의 협조다. 이제 노조도 임금인상에서 고용안정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