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2월 4일 유럽 분할을 논의했던 얄타회담 당시 3국 정상의 손자들이 60년 만인 1일 네덜란드에서 만나 할아버지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들은 올해 초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설립된 거버넌스 대학원이 개최한 유럽 대륙 문제 토론회에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윈스턴 처칠(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손자) 씨와 커티스 루스벨트(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 씨, 예브게니 주가슈빌리(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대원수의 손자) 씨의 회동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주가슈빌리 씨는 스탈린 대원수의 그루지야 시절 성을 쓰고 있다.
이들은 얄타회담 당시 미국과 영국 지도자들이 스탈린 대원수의 교활함을 과소평가했으며 중동부 유럽을 포기해 소련이 지배하도록 했다는 견해를 반박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월 얄타협정이 역사상 최대의 잘못 중 하나로 이어졌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처칠 씨는 “처칠 총리와 루스벨트 대통령, 스탈린 대원수가 백지상태로 만났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루스벨트 씨도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아주 무책임했다”며 “얄타회담은 역사적 맥락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주가슈빌리 씨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중동부 유럽을 포기한 장본인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는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 분”이라고 거들었다.
처칠 씨는 “내 할아버지는 스탈린 대원수를 악어 같다고 말했다”며 주가슈빌리 씨의 화를 돋우기도 했다. 이에 주가슈빌리 씨는 “내 할아버지를 폭군이나 괴물이라고들 하지만 2차대전 때 독일군에게 붙잡힌 장남을 포로 교환을 통해 구할 기회를 거부한 분”이라고 두둔했다.
특히 주가슈빌리 씨는 스탈린 대원수가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10세 때 알게 됐다며 자신이 어릴 때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놀았다는 일부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