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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클리닉]고교생/‘안락사’ 허용해야 하는가

입력 | 2005-10-04 03:05:00


■고교생 논술 주제

올해 초 미국에서 마이클 샤이보(41) 씨가 15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해 온 아내의 급식 보조 장치를 제거해 논란이 일었다. 기독교계와 보수단체들은 ‘살인행위’라며 극력 반대했다. 샤이보 씨가 결정을 번복하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어느 사업가의 제안도 있었다. 반면 일부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회복이 불확실한 식물인간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글 - 서영수 부산 양정고 3학년

(가) 근래에 샤이보 사건으로 인해 안락사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안락사 논쟁의 핵심은 ① 인간에게 행복이라는 삶의 목표와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를 결정하자는 것인데 그 어떤 것도 우위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하지만 나는 안락사에 반대한다. ② 환자의 이익이 아닌 가족과 사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안락사가 아니라 엄연한 살인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③ 이런 면이 있기 때문에 안락사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환자의 행복을 위한다는 것은 한쪽 면만 강조한 것이다. 한편 안락사를 허용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④ 의사들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개입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더라도 오남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의 극복은 칭찬하면서도 육체적 고통에는 죽음을 택하라니 이는 모순이다. 그래서 안락사 논의는 고통의 측면이 아니라 생존율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⑤ 작은 가능성이라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기적은 이를 증명해 준다.

(다) ⑥ 안락사는 윤리적으로 봤을 때도 허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호스피스 제도의 확대가 최선의 선택이다. 호스피스는 의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와는 다르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평화롭게 죽도록 돕는 것이다. 만약 나라에서 호스피스 제도를 확대해 환자를 돌볼 전문적인 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가족의 걱정을 덜어 준다면 환자의 행복을 취하는 길이 될 것이다.

■첨삭지도

(가)는 글이 간결하고 안락사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 준 서론이다.

① 다음과 같이 위치를 바꾸면 의미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행복이라는 삶의 목표와… 어느 것이 인간에게 더 중요한가를 결정하자는 것인데….”

② 주요 논거이므로 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안락사는 과연 환자의 이익을 무시하는지, 가족과 사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왜 문제인지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③ 의미가 모호한 점이 있다. 주장의 의도가 더 명확히 드러나게 고쳐 쓰면서 앞 문장과 연결시키자. ‘안락사 찬성론자는 환자 본인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사회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④ 오진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남용의 가능성이 어떻게 성립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오용만 언급하든지, 아니면 남용이 생길 수 있는 이유를 부연하라.

⑤ 가능성은 ‘작은’과 호응하지 않는다. ‘적은’으로 고쳐야 한다.

⑥ 앞 문단과의 연결이 적절하지 않다. 내용상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앞의 (나) 단락의 내용이 윤리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면, 왜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지 여기서 따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실제로는 (나)단락에서 이미 윤리적 차원, 현실적 차원 등으로 나누어 논의한 셈인 만큼 여기서 다시 윤리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어색하다.

■총평 : 안락사 반대에 머물지 않고 대안 제시 돋보여

논술의 기본이 비교적 잘 갖춰진 글이다. 요구된 분량을 지키면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구성 능력이 기본 이상이다. 전체 구성도 짜임새가 있다. 서론에서 문제 제기, 본론에서 논거 제시, 결론에서 대안 제시라는 역할 분담도 적절히 잘돼 있다.

본론에서 다각적인 논거 제시를 시도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안락사 반대의 논거를 원칙적(도덕적) 차원, 현실적 차원, 기존 관점의 문제점 등 세 차원으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부연 설명이 꼭 필요한 부분에서 설명 없이 지나쳐 논의의 설득력을 떨어뜨린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수 답안의 주요 요건 중 하나인 다각적인 접근을 충실히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론에서 안락사의 대안으로 호스피스 제도를 제안했는데, 반대만 하지 않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글은 전체적으로 약간 논점에서 벗어난 면이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안락사가 아니라 회복이 불확실한 식물인간의 안락사 문제이다. 호스피스 제도는 의식이 있는 환자의 안락사에 대한 대안으로는 적절할지 모르지만, 의식 불명인 식물인간에게도 대안이 될지는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논제의 초점에 정확하게 논의를 맞춘 뒤, 필요하다면 적절한 과정을 거쳐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 교수,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생각 넓히기

① 안락사(mercy killing)는 환자에게 직접 행위를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함으로써 죽도록 하는 ‘소극적 안락사’가 있다. 안락사는 환자 스스로 원하는 경우와 의사표현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경우로 나눠 이해해야 한다.(윤리, 도덕)

② 낙태, 안락사, 인간배아복제 등과 관련된 생명의료윤리 논쟁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처럼 되돌릴 수 없는’ 생명윤리의 타락과 생명 경시 풍조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의식적, 제도적 개혁 대책을 생각해 보자.(일반사회, 윤리)

③ 국내에서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형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부분적인 합법화 논의가 진행 중이고, 네덜란드는 엄격한 세 가지 조건(불치의 환자, 고통의 심각성, 환자의 이성적 동의)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한해 2001년부터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다.(법과사회, 윤리)

④ ‘의무론적 윤리설’을 주장하는 칸트와 종교 철학자들은 안락사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나 ‘목적론적 윤리설’을 주장하는 경험론자 공리주의자 실용주의자들은 안락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윤리, 도덕)

최강 최강학원 원장


■고교생 다음(10월 11일) 주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고 권하는 내용의 한 카드회사 광고 노래가 화제다. 인생에 대한 전통적인 자녀 교육법과는 상반되는 가사 내용 때문이다. 일부에선 인생을 너무 가볍게 여기도록 부추긴다고 비판하지만 지나친 경쟁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이처럼 현실에 비중을 두는 삶의 방식과 젊을 때는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치관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본보 1일자 2면 기사 참조

○고교생은 7일까지, 중학생은 14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edu.donga.com/non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