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사물놀이를 보면 어떻게 그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 항상 경이감이 앞서요.”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제14회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 미국의 신바람 팀을 이끌고 참가한 스티븐 원로우(46) 씨는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신바람 팀은 미국 미네소타 주의 한국인 입양아와 이들의 양부모로 이뤄진 사물놀이 팀.
프리랜서 사진작가이면서 부인과 함께 한국 관련 기사를 다루는 계간지 ‘코리안’에서 사진기자로 자원봉사 중인 스티븐은 순용(15) 양과 한용(10) 군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두 한국인 자녀와 함께 출전했다.
그는 1990년 한국인 여자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앨범을 구입했다.
“앨범을 들으면서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다 2004년 미네소타 성 베네딕트 대학에서 김덕수 씨의 공연을 처음 접해 아이들에게 고국의 예술을 가르치고 나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곧바로 주변의 한국인 입양아와 양부모, 교포 2세, 미국인을 모아 12명으로 구성된 풍물패를 만들었다. 팀 이름은 한국인의 신명을 의미하는 ‘신바람’으로 정했다.
스티븐은 “자라면서 기타 피아노 댄스 등 많은 음악과 춤을 배웠지만 사물놀이처럼 특이하고 에너지 있는 소리와 몸동작은 보지 못했다”며 “이번 대회 참가가 아이들한테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