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외 우량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거래소는 몇몇 중국 기업을 비롯해 우량 공기업과 10대 그룹 계열 우량기업의 상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펀드에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증권선물거래소가 대형 우량주 공급에 나선 것. 기업들도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는 공모가를 높게 정할 수 있어 기업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물량 공급이 과연 증시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투자자의 선택의 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롯데쇼핑은 내년 상반기(1∼6월)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외국기업 언제 상장하나
이영탁(李永鐸)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몇몇 중국 기업이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한국에서 기업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내 주간사회사를 통해 공모 가격을 정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
그는 “3, 4개 중국 기업을 동시에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공모가를 조율하느라 막판 진통 중”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외국에서 공개되지 않은 기업이라도 한국 증시에서 공개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 리스팅’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상장 추진 대상 10대 그룹 계열사는
국내 기업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는 대표 주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롯데마트의 점포 확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증권 이상구(李相逑) 연구원은 “대표 내수주인 롯데쇼핑이 상장되면 신세계와 비슷한 수준의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소는 롯데쇼핑 외에도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 10개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SDS 삼성코닝 삼성석유화학 등 12개 삼성 계열사 △LGCNS LG이노텍 등 8개 LG 계열사 △대한송유관공사 SK커뮤니케이션즈 등 10개 SK 계열사 △다이모스 케피코 등 7개 현대자동차 계열사 △한진 계열 거양해운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토파스여행정보 △금호 계열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한화 계열 한화건설 등이 상장 추진 대상이다.
○ 우량 공기업과 생명보험회사는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요건을 갖춘 우량 공기업은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6개.
옥치장(玉致章)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은 “민영화 이후 상장된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KT 포스코 KT&G 등은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우량 종목”이라며 “아직 민영화가 안 됐어도 요건을 갖춘 공기업 상장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회사의 상장도 본격 논의될 태세다.
정부가 상장을 통한 대한생명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상장 차익에 대한 계약자 몫 배분 문제가 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대한생명 지분 49%를 갖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 때 “계약자 몫을 공익재단에 출연하게 해 준다면 상장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박석현(朴石鉉) 연구원은 “상호회사 형태로 출발한 미국 생명보험회사와 달리 한국은 주식회사로 시작해 계약자에게 이익을 나눠 주기보다는 공익재단 출연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그렇게 된다면 많은 생명보험회사가 상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