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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전막후]카레라스의 앙코르곡 VS 정명훈의 앙코르곡

입력 | 2005-10-05 03:05:00


음악회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감동적 연주가 끝난 뒤 박수를 보내고, 앙코르 곡을 신청하는 것. 앙드레 류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앙코르 곡 연주만 1시간을 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내한공연에서는 가수가 이례적으로 뒤돌아서 앙코르곡을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공연 내내 오케스트라의 뒤편 합창석에 앉아 있었던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카레라스가 뒤돌아 노래하기 시작하자 합창석의 200여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열렬한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합창석은 전체 객석 중 가장 싼(R석 가격의 30%대) 좌석. 그러나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지휘자의 얼굴을 생생히 볼 수 있어 마니아들은 일부러 이 좌석을 찾기도 한다. 네티즌 김성권 씨는 한 클래식 동호회 게시판에서 “카레라스가 백혈병을 이겨내고 제2의 인생을 산다고 했는데, 소수의 소외된 사람까지 배려하는 그의 아름다운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명훈 지휘로 열린 서울시향의 콘서트에서도 앙코르곡이 화제였다. 시향 공연으로는 15년 만에 매진 사례를 빚었고, 5차례의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이날 관객들의 호응은 컸다.

이날 시향이 선택한 앙코르곡은 ‘애국가’였다. 말러 교향곡 ‘거인’ 4악장의 휘몰아치던 감동에 기립박수를 치던 관객들은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뻣뻣한 부동자세로 애국가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향 측은 “정명훈 씨가 새로 예술감독을 맡는 서울시향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