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외부 흔들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라.’
4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이경숙(李景淑) 의원은 이런 제목의 자료를 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한국방송공사(KBS) 국정감사에서 질의할 내용을 담은 자료였다.
자료는 본보가 지난달 6일 보도한 ‘KBS 이상한 수신료 소송…2000억 승소 포기할 테니 506억 원만 돌려 달라’는 기사를 문제 삼았다.
당시 본보는 KBS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해 판결이 확정되면 2000여억 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소송을 취하할 테니 506억 원을 돌려받게 조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기사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하겠다”고는 했지만 보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기사를 트집 잡기 곤란하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자료는 “동아일보 측도 편파 기사 논란이 잇따르자 (자사 인터넷 사이트인) 동아닷컴과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자사 기사를 모두 내렸다”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자료에 나온 인터넷 사이트들을 하나씩 검색했다. 동아닷컴, 카인즈(한국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검색 전문 사이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결과는 자료와 딴판이었다. 기사를 내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자료를 작성한 이 의원 비서관에게 전화를 하니 “검색창에 ‘KBS 세무소송’이라고 쳤더니 기사가 2건 말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검색어를 사용해 봤느냐’는 물음에는 “안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한 번이라도 ‘KBS & 소송’이라고 검색창에 쳤다면 쉽게 모든 기사를 찾았을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의원은 KBS가 본보 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를 정연주(鄭淵珠) 사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면서 왜 이 의원의 자료에 ‘허위’ 사실이 담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본보 기사 내용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 뻔한 정 사장을 구하려다 발을 헛디딘 것 아니겠는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국감이 이래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