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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수사 재개]삼성그룹 공모여부 규명이 초점

입력 | 2005-10-05 03:05:00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배정을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편법 세습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 재개됐다.

검찰 안팎에선 이 사건 재수사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자료인 이른바 ‘X파일’에 담긴 1997년 삼성의 대선자금 수사와 2002년 삼성의 대선자금 수사보다 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건희(李健熙) 회장 부자 공모 여부가 핵심”=검찰 관계자는 4일 “에버랜드 이사였던 이 회장 등의 공모 여부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2003년 12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33명 중 허태학(許泰鶴·현 삼성석유화학 사장)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朴魯斌·현 에버랜드 사장) 상무 등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 등이 CB 저가 발행을 지시했거나 공모했는지를 밝히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CB 편법 배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계산이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당시 CB 발행이 이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 씨에 대한 경영권 이양 목적이었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 회장 등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당시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와 이 회장 등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CB 인수를 포기한 것이 계획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 회장과 재용 씨 등을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사 장기화할 수도=그러나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 회장 등의 개입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시 관련 인사들이 한결같이 이 회장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진술이 없어도 다른 증거 관계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공소시효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CB 발행 등이 이뤄진 지 10년가량 지났다는 점도 검찰 수사를 낙관하기 힘들게 한다.

검찰도 이 회장과 재용 씨 등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들의 개입을 입증할 ‘진술’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물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해 보고 다른 피고발인에 대한 수사 여부, 수사 계획을 세워 차분하고 충실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