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4(이사이사)’는 이삿짐센터, ‘4989(사구팔구)’는 고물상, ‘9292(구이구이)’는 통닭집…. 전화번호만 봐도 ‘아, 거기∼’라고 퍼뜩 떠오른다.
스포츠 스타도 의미 있는 숫자를 애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산악인들은 많은 이가 동일한 전화번호를 사용한다. 대표 번호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8848m를 딴 ‘8848’.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 뒷번호 네 자리는 으레 ‘8848’로 생각하고 “01×에 국번이 어떻게 되지?”라고 할 정도다.
1999년 미국 국립지리학회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사한 결과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8850m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1954년부터 사용된 8848m의 상징성이 워낙 큰 모양이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과 한왕용, 에베레스트와 남북 극점을 모두 밟아 지구 3극점 도달에 성공한 홍성택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구 3극점 등반대장 박영석은 ‘8014’를 쓴다. 8000m급 14좌를 완등했다는 뜻. 한국 등반사를 총정리한 ‘역동의 히말라야’의 저자인 중견 산악인 남선우는 ‘8850’이다.
자신의 등 번호를 전화번호로 쓰는 경우도 많다. 11번인 프로농구 KCC의 이상민은 ‘1111’. 마침 생일도 11월 11일이다. 프로야구 원년 최우수선수인 ‘불사조’ 박철순은 21번을 딴 ‘0021’을 사용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롯데 마린스)은 프로 초년생 때 장종훈을 능가하는 36개의 홈런을 때리겠다며 등번호는 물론 전화번호도 ‘0036’으로 정했다. 삼성 시절인 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한 시즌 56홈런을 때려냈지만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아직도 번호는 그대로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리기 위해 ‘2002’,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고 손기정 옹의 외손자 이준승(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 씨는 ‘1936’, 88 서울올림픽과 86 서울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인 한명우 대한레슬링협회 전무는 ‘8886’, 심권호는 자신의 출생연도인 ‘1972’를 쓰고 있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