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로이 글라우버(80) 교수와 콜로라도대의 존 홀(71) 교수,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테오도어 헨슈(63) 교수가 레이저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에 적용되는 광학기술을 발전시킨 공로로 함께 수상하게 됐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은 4일 글라우버 교수가 빛의 성질을 밝혀낸 업적으로, 홀 교수와 헨슈 교수는 레이저를 이용한 정밀 측정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글라우버 교수의 ‘양자광학적 결맞음 이론’은 백열전등처럼 금속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내는 빛은 빛 알갱이(광자·光子)가 마구 헝클어져 있지만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의 광자가 군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결’이 맞게 움직인다는 것.
이 이론으로 ‘꿈의 빛’인 레이저의 특성을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해 빛을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첨단 광학기기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홀 교수와 헨슈 교수는 글라우버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에서 나오는 빛의 주파수를 1000조 분의 1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분광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 물리학부 제원호(諸元鎬) 교수는 “미국 동부의 뉴욕과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사이에 쌀알 크기의 물질을 던져 놓고 그 물질의 위치를 정확히 잴 수 있는 수준의 정밀도”라며 “원자 세계를 측정할 수 있는 매우 정밀한 ‘자’를 개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홀 교수와 헨슈 교수는 이 ‘자’로 원자의 구조와 물리적 특성을 파악해 전자의 질량과 빛의 속도 등 물리학의 기본 상수를 측정했다.
빛의 주파수는 빛의 색깔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의 분광기술은 다양한 레이저를 개발하는 토대가 됐다. 이 기술은 원자시계(초정밀시계), GPS 등 최첨단 기기 개발에 광범위하게 응용됐다.
제 교수는 “세 사람의 연구 성과 덕분에 이전보다 1000배 이상 정밀한 원자시계와 GPS 등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총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 원) 중 글라우버 교수가 500만 크로나를, 홀 교수와 헨슈 교수가 각각 250만 크로나를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