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비게이션에서 한글의 초성 자음을 눌러 위치를 검색하는 방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청을 찾아갈 때 서울시청의 초성인 ㅅㅇㅅㅊ을 입력하면 서울시청으로 가는 길이 안내된다. 마찬가지로 토지대장 등을 발급받을 때 발급받을 주소의 초성을 입력하면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20년 가까이 한글 초성을 활용하자고 외쳐 온 필자는 다가오는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시대에 가장 행복할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이라고 본다. 이는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이 더 발달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IT 기계에 인간의 뜻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한글 초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글 초성을 활용하면 전화번호도 감성 있는 언어가 된다. ‘당신을 사랑해요’란 말이 바로 전화번호가 되는데 이 말의 초성 자음(ㄷㅅㅇㅅㄹㅎㅇ)을 눌러 전화를 걸 수 있다. 가정자동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집은 드물다. 하지만 집에 전화를 걸어 ‘밥해라’의 초성 ㅂㅎㄹ을 누르면 전기밥솥이 작동한다고 하자.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같은 원리로 ‘냉방’ ‘레인지불꺼’ ‘방문열어’ ‘현관닫아’ ‘커튼내려’ 등의 명령으로 집안을 맘대로 원격조종할 수 있다.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갖춰 놓으면 전화기를 통해 과일값을 알 수도 있다. 우선 싱싱한-과일가게(ㅅㅅㅎ-ㄱㅇㄱㄱ)로 전화한 후 사과특등(ㅅㄱㅌㄷ) 가격의 초성을 눌러 사과특등품의 가격을 알아보는 것.
미국 등의 경우에도 전화기 자판에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한글초성 자판은 알파벳 자판보다 훨씬 편리하다.
응용범위를 넓혀보자. 통장이나 현관 도어록의 비밀번호도 수치 대신 ‘내돈내놔’나 ‘열려라참깨’ 같은 암호로 정할 수 있다. 광속과 같이 암기하기 어려운 수치는 ‘피자장수자녀하마입’(ㅍㅈㅈㅅㅈㄴㅎㅁㅇ=299792450)같이 재미있는 말로 암기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휴대전화 단말기 자판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초성자음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회사마다 자음의 위치가 다르다. 이를 KS제도 등을 통해 통일해야 한다. 자판 위치가 통일되면 유선전화기 자판에도 자음을 표시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고갑천 호남대 교수 생물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