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렸다.’SK 5번 타자 이호준이 2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한화 선발투수문동환의 4구째를 통타해 2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대전=연합 뉴스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아서 뛸 수 없으니까 홈런 치는 수밖에 없죠.”
SK-한화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대전구장. SK의 중심타자 이호준은 경기에 앞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불과 1시간 뒤 이 말이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SK가 이호준의 천금 같은 선제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한화를 6-1로 꺾고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경기 전 양 팀의 관심사는 단연 이호준의 출장 여부였다. 전날까지 3경기에서 홈런 2개에 타율 0.385를 기록 중이던 이호준은 2일 2차전에서 베이스를 밟다가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4일 무릎에 고인 피를 뽑아냈으며 5일 진통 주사를 맞고 출장을 강행했다.
조범현 SK 감독도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은 오히려 힘을 빼고 편안하게 치기 때문에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다”며 은근히 기대를 나타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호준은 2회 무사 2루에서 문동환의 4구째 슬라이더를 노려 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호준은 엉금엉금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을 밟았다.
이호준은 4회에는 좌익 선상을 빠지는 2루타를 쳐 3차전 4연타석 안타를 포함해 포스트 시즌 6연타석 안타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호준은 8회 타석에서 한화 윤규진의 공에 왼쪽 무릎을 정통으로 얻어맞아 즉시 조중근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최종 5차전 출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의 승리에는 선발 크루즈도 한몫했다. 크루즈는 좌우로 휘어지는 현란한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한화 타선을 5이닝 3피안타 4사사구 1실점으로 막았다. 정규 시즌 마지막 5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로 부진했던 크루즈는 포스트시즌에서 의외의 호투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6일 최종 5차전에는 채병용(SK)과 송진우(한화)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SK 2승 2패·대전) S K0210010206한 화0001000001 [승]크루즈(선발·1승) [패]문동환(선발·1승 1패) [홈]이호준(2회 2점·3호·SK)
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