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만 매달리면 ‘인생’이라는 장기 투자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미래에셋 강창희 투자교육연구소장은 간접투자에 나선 초보 투자자들에게 “먼저 본업에 충실한지 확인하라”고 말한다. 올바른 조언이지만 당장 투자전략을 짜야 하는 사람에겐 동문서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3년 전에도 그랬다. 한 투자자가 “종목 투자전략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강 소장은 “인생 설계를 바탕으로 장기 간접투자를 하라”고 답했다. 역시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강 소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정답의 실천’을 돕는 투자교육 전문가다.》
○재테크에만 매달리면 ‘인생투자’ 실패할 수도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장기투자에 대해 한참 강연하고 나면 ‘그래서 도대체 어떤 종목을 사라는 것인가요’라는 질문만 나와 맥이 빠졌어요.”
그는 요즘 강연할 때 ‘유망한 종목’을 캐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어떻게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분산투자 계획을 짜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는 것.
강 소장은 이런 변화를 반기면서도 본말전도(本末顚倒)를 경계한다.
“젊을 때부터 노후 대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20, 30대는 자산 운용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가치를 높이는 데 전념해야 하는 시기예요. 투자는 본업으로 벌어들인 재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일 뿐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닙니다.”
○실패 경험이 투자교육의 기초
강 소장은 31년간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누빈 ‘골수 증권맨’이다. 그러나 그는 “투자자를 행복하게 만든 기억보단 손해를 끼친 기억이 더 많아 늘 부끄럽다”고 말한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담은 투자교육의 값진 사례로 활용된다.
대우증권 재직 시절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중개하다 외환위기로 쓴맛을 본 일,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바이 코리아’ 펀드의 운용을 지휘하다 주가 폭락으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그는 “속속들이 알지 못한 것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금융회사 창구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고객에게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행태를 우려한다.
“가장 시급한 투자교육 대상은 펀드를 판매하는 분들입니다.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현장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자산 운용을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하지만 믿을 만한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장기 목표 세우고 단기 계획 짜라
“1990년대 말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절망에 빠뜨렸던 ‘무계획 충동 투자’의 유령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간접투자를 하면서도 입소문에 의지해 이른바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계획이 없으면 어떤 투자든 실패합니다. 노후 대비라는 장기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상황에 맞게 단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솔직하고 냉정하게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예를 들어 기혼 여성이라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점을 감안해 남편 사후 10년 동안의 생계 대책을 미리 준비하라는 것.
강 소장은 “2년 후 결혼자금 준비, 5년 후 내 집 마련 같은 계획에 따라 대략적인 목표 금액을 정한 뒤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강창희 소장은…
▽1947년생
▽1974년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1985년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대학원 상학연구과 수료
▽1973년 한국증권거래소 입사
▽1977년 대우증권 입사, 국제인수본부 이사,
국제본부장, 리서치센터장
▽1998년 현대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2000년 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2004년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현재 성균관대 겸임교수, 한국IR협의회 자문위원,
증권선물거래소 주가지수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