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 최신판 중 73쪽 분량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고가 뒤늦게 공개됐다. 작계 5027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계획으로 2년마다 개정된다. 한 육군 중위가 5월 ‘실수로’ 인터넷에 이 같은 정보를 누출했다고 한다. 실수라기보다는 느슨해진 보안의식 탓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이버 보안 군기’ 해이 사례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한 달 반 전에는 군대 통신 음어표가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인터넷을 통한 군 기밀 유출 사고가 세 차례나 있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군 기밀이 자꾸 빠져나가는데 국방개혁만 내세우고 있으면 뭐하나. 우리 군을 첨단 과학기술군으로 바꾸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철저한 보안이 없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북한은 수백 명 규모의 해커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 군은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다. 북한군 해커는 “상대가 스스로 기밀을 흘리고 다니는데 굳이 해킹할 필요조차 없다”며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군 보안의식이 이렇게까지 풀어진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편화 등 달라진 환경에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과거 군 보안규정은 군 비행장 쪽으로 난 민간 가옥의 창문도 가리게 했을 만큼 엄격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중 많은 부분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판받게 됐다. 너무 엄격한 보안규정이 오히려 보안의식의 약화를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점들을 현실성 있게 보완하면서 정말로 지켜야 할 사이버상의 기밀을 확실하게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세력 측과 군 수뇌부의 자세다. 한 번에 하나씩 추진해도 쉽지 않을 군 구조개편, 국방부 문민화와 같은 과제를 동시다발로 하겠다고 나서니 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기강이 느슨해지는 것 아닌가. 집권 측은 그럴듯한 청사진을 선전하기 전에 발등의 보안사고 불씨부터 끄는 것이 강군(强軍)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