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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윌리엄파프]美 ‘신군국주의’에 고통받는 미군들

입력 | 2005-10-06 03:06:00


‘테러주의에 맞선 전쟁’이 왜 ‘전쟁’일까? 이라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테러범들과 싸우는 전쟁이 분명히 벌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테러범들은 테러주의가 아니다.

미국은 2001년 9월 테러범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테러범들인지, 왜 공격했는지, 정확히 무엇을 원했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주의라는 추상개념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사전을 보면, 전쟁이란 ‘민족 간이나 국가 간, 지배자 간’ 또는 ‘다른 정치 조직체들 사이’의 격렬한 충돌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투쟁이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늘 사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란 말은 설사 그 규모가 9·11테러 수준이라 해도 정치적 동기로 인한 익명의 폭력행위가 저질러질 때 사람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아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한 자들이 기지를 가졌거나 지원 세력을 보유한 것으로 여긴 나라들을 침공하기 위해 미군을 파견했다. 영국이나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최근 테러 공격을 당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미국다운 대응이었다.

뉴욕과 워싱턴 공격의 주모자로 확인된 이들은 독재자도, 대통령도, 왕도 아니었다. 이들은 원래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규합했던 광적인 젊은이들과 느슨하게 연결돼 있을 뿐이다. 이들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둔 군사기지가 이슬람교의 성지를 더럽혔다고 보았기 때문에 미국에 맞서게 됐다. 이들은 야전에서 군대를 지휘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테러주의에 대해 마치 야전에 있는 군대처럼 대처하려고 함으로써 크나큰 실책을 저질렀다. 오늘날 미국은 전쟁을 벌이러 가는 한 가지 방법만 알고 있다. 만약 적이 미국식으로 대항하지 않으려 한다면, 미국은 심각할 정도로 취약하며 무방비로 패배하는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약점은 앤드루 바체비치 보스턴대 교수가 ‘미국의 신군국주의’라는 책에서 지적했다.

그는 이를 군사적인 사고방식에 집착한 나머지 지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무력해 갖가지 도전을 모두 군대를 중심으로 잘못 파악하게 만든다고 서술했다. 최근 몇 년간 이는 미국이 안전하려면 미국식 가치체계가 전 세계에 자리 잡아야 하며 역사는 예정된 결론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는 ‘미국식 민족주의’와 결합했다.

미군은 또 파괴력을 최대화하면서 실전 투입 병력은 최소화하는 신기술을 채택해 병력 보호를 지상과제로 삼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작전수행에 장애물이 되게 했다. 1991년 걸프전은 눈부신 성공을 거둬 미군은 무적이며 역사상 세계 최강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사실은 이란과의 8년 전쟁이 끝난 지 고작 3년밖에 안 돼 취약해진 제3세계 국가의 군대와 싸워 이긴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바체비치 교수는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임무와 미국의 막강함을 믿게 된 미국 지도자들이 9·11테러를 도전이자 기회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군인은 적을 죽일 뿐만 아니라 정책 오류 때문에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병사는 사형 집행인이자 희생자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처럼 방향을 잃은 군대는 뿔뿔이 흩어진다.

오늘날 미군은 미국 지도자들과 미국 사회의 신군국주의의 희생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해 미군 모병이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는 소식은 군대로부터의 이탈 징후이자 ‘소리 없는 반란’으로 읽을 수 있다. 미국의 새 군국주의에서 나온 정책으로 가장 많이 고통당하는 것은 장병들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