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이 번역 출간됐다. 그의 저서는 경영학, 미래학, 기업인,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영향력 있는 책들이다.
‘21세기 지식경영’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지식 경영자’ ‘미래의 결단’ ‘미래기업’ ‘비영리 단체의 경영’ ‘변모하는 경영자 세계’ ‘차세대 기업 리더의 양성’ 등 한국의 신지식인들에게 회자되는 책 이름이다.
그런데 막상 그의 중요한 저서인 ‘내일의 이정표’는 우리나라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이 책을 1960년대 중반에 읽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1964년에 ‘변모하는 산업사회’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초판 25만 부가 팔렸다. 일본에서 당시 비소설 부문에서 최고 판매부수를 기록하였다.
1966년 일본 정부는 드러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이 책의 영향이다. 이 책은 ‘산업인의 미래’(1942), ‘새로운 사회’(1950), ‘미국의 다음 20년’(1957) 등 깊고 넓은 그의 지식과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사회를 계획하고 예견한 걸출한 저서 가운데 하나이다.
저자가 40대 초반의 왕성한 나이에 쓴 이 책은 인문학적 학문의 깊이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강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특히 인접 분야 학문 즉, 문학 역사학 철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생태학 문화인류학에 대한 섭렵과 심지어 예술적 심미안에 이르기까지 총화를 이루어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혀를 찰 만큼 찬탄을 보내는 저서이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미래 산업사회에 대한 그림을 간명하게 그려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굴뚝산업이 무너지고,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형태의 산업사회가 온다는 점을 1959년 발간된 이 책에서 일찍이 예견한 것이다. 드러커는 인간 생활에 닥쳐올 변화를 세 가지 영역에서 전망한다. 첫째, 기계적 인과관계로 이뤄진 데카르트적 우주에서 패턴과 목적, 과정이라는 새로운 우주로의 철학적 변화다. 둘째, 자유세계 사람들에게 닥쳐 올 네 가지 도전 즉, 교육된 사회의 도래, 경제발달, 정부의 쇠퇴, 동양문화의 쇠퇴를 예견한다. 이어 드러커는 인간존재의 정신적 실체에 닥칠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드러커는 유대계지만 합스부르크 정권의 재무장관을 지냈던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1909년 빈에서 태어났다. 20대 젊은 시절 영국에서 일하면서 경제학자 케인스를 만났다. 케인스는 한때 미국의 경제정책 수립(뉴딜)에 기여했고 돈도 벌어 그 당시 피카소 등 신진 화가들의 작품을 구입해 그의 모교인 케임브리지대의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기증했다. 드러커는 케인스의 이런 모습을 배웠다.
22세에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천재였고 신동이었던 드러커는 첼로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대가이다. 또한 그는 일본과 잉카 미술품의 이름난 수집가이고 탁월한 감식가이다. 현재 97세의 고령으로 여전히 저술 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통이기도 하다. 1952년 6·25전쟁 때 한국교육부흥계획을 세우기 위해 미국 정부 요원으로 한국에 온 적도 있다.
이상만 고양문화재단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