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오룡산 일대에 자리 잡은 새 도청 건물(왼쪽)은 남악신도시와 함께 행정 및 국제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5·18민주화운동 현장인 광주 동구 광산동의 현 청사 본관 건물(오른쪽)은 영구 보존된다. 사진 제공 전남도
《전남도청이 다음 달 11일 전남 무안군에서 ‘신(新)서해안 시대’를 연다. 1896년 전라도가 남북으로 분리되면서 광주 동구 광산동에 도청 터를 잡은 지 109년 만이다. 광주시는 현재의 도청 부지 일대를 문화 중심지로 개발하되 본관 건물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성을 감안해 보존하기로 했다.》
▽남악신도시에 새 터=신청사는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오룡산 일대의 7만 평 부지에 들어선다. 1687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23층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지었다.
도민의 광장과 민원동의 지붕을 비행장 활주로 모양으로 만들고 등대 역할을 하는 행정타워에 스카이라운지를 설치해 미래를 향한 전남도의 웅지를 표현했다. 23층의 행정타워는 ‘도내 22개 시군+남악신도시’를 뜻한다.
남악신도시는 2010년까지 무안군 삼향면과 목포시 옥암동 등 270만 평에 인구 10만 명 규모의 행정과 국제교역, 관광해양 거점 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당분간 도청 소재지로서 역할을 하기가 어려울 형편이다.
도청 진입로가 연말에나 완공되며 광주∼무안 고속도로는 2007년 완공이 목표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공정이 47%에 머물고 있다. 목포∼광양 고속도로는 2010년 완공된다.
신도시에는 78개 공공기관이 입주할 예정이지만 현재 부지 계약을 체결한 곳은 전남도교육청 등 3곳뿐.
주거 및 교육 시설은 2007년부터 차례차례 들어서서 상당수 직원이 광주에서 출퇴근할 것으로 보인다.
▽옛 청사 어떻게 활용하나=광주시는 전남도청이 있던 2만5000여 평 부지에 8759억 원을 들여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짓기로 했다. 12월 초 착공해 2010년 완공할 계획.
전남도청 본관, 도청 민원실, 전남도청 앞 분수대, 경찰청 본관 및 민원실은 영구 보존된다.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감안한 결정이다.
전남도의회 건물은 리모델링해서 2010년까지 아시아문화전당 홍보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되기 전까지 도청 일대를 전시, 공연, 축제의 무대로 삼아 문화 중심도시에 걸맞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도청 부지 인근 금남로와 충장로에 예술의 거리, 이동도서관, 특산물 매장을 설치해 도심 공동화를 막을 방침이다.
전남도는 신청사와 먼 거리에 있는 전남 동부권 주민의 민원 업무를 위해 21일 순천시 조례동에 동부출장소를 개설한다.
목포대 도시지역개발학과 이종화(李鍾華) 교수는 “신도청은 전남도의 새로운 성장엔진”이라며 “도청 인근의 목포시, 무안군에 항만, 공항, 철도, 산업단지가 고루 들어서야 전남도청이 중국 교역의 전진기지이자 국제교류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박준영 “도청이전 지역경제 파급효과 20조”▼
“전남이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준영(朴晙瑩·사진) 전남지사는 7일 “내륙에서 임해 지역으로의 도청소재지 이전은 전남이 신 해양시대의 주역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청 건립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지사는 “1994년 남악으로 새 도청 소재지가 결정된 뒤 11년 만에 이전하게 됐다”며 “이제야 도민의 품속에서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청사 건축과 남악신도시 건설 등 도청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도민의 기대도 큽니다.”
박 지사는 “신도청은 서남해안 시대를 열어가는 원동력”이라며 “목포와 무안에 항만, 공항, 철도, 산업단지가 고루 들어서면 중국교역의 전진기지뿐 아니라 국제교류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전남도가 추진 중인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과 서남해안 개발(S프로젝트), 무안 기업도시 등 대형 사업이 도청 이전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청이 대규모 프로젝트 예정 부지와 가까운 데다 입지 여건상 다도해 등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한 해양발전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박 지사는 이전경비를 줄이기 위해 실국장과 과장급의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자신의 집무실 면적도 줄였다.
그는 “도청 이전으로 전남이 지난날 가난과 소외의 어두운 그림자를 훌훌 털어내고 희망찬 내일을 열어가는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