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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클리닉]고교생/현실을 즐기자vs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입력 | 2005-10-11 03:08:00


■ 고교생 논술 주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고 권하는 내용의 한 카드회사 광고 노래가 화제다. 인생에 대한 전통적인 자녀 교육법과는 상반되는 가사 내용 때문이다. 일부에선 인생을 너무 가볍게 여기도록 부추긴다고 비판하지만 지나친 경쟁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이처럼 현실을 즐기자는 삶의 방식과 젊을 때는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치관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손이슬 인천 계산여고 3학년

능력이 없으면서 카드를 마구 긁어댄 사람들의 최후의 모습은 신용불량자이다. 지금은 정부의 노력으로 많이 ①줄어든 것도 같아 보이지만 ②언제나 그렇듯이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③현찰로 살 능력은 없는데 사고 싶은 것은 많으니 당장의 방책으로 신용카드를 쓴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돈 없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도구인가?

어떤 것을 살 때에는 그에 대한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월말에는 한 달 동안 쓴 카드요금 청구서가 어김없이 날아온다. ④그때그때 돈을 쓰지는 않지만 카드를 긁은 만큼의 돈을 월말마다 한번에 내야한다. 그때그때 쓸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월말에 엄청난 카드대금을 제대로 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빚을 지게 되고, 결국 ⑤광고의 부추김대로 인생을 즐기다 비참한 말로를 걷게 된다. 즐기기만 하는 즐거운 것이 인생인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그에 대한 책임과 보상이 뒤따른다. 힘들게 일만 하기를 바라고, 즐겁고 여유 있게 놀기를 소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몸과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고, ㉠엄청나게 많은 사고 싶은 물건들을 사고자 한다. 말 그대로 인생은 즐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즐기는 나 대신 그에 따르는 ⑥책임을 맡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놀았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사람도 나다.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얻은 보상으로 즐기는 것이다.

몸이 힘들어 더 이상 일할 능력이 없어질 미래의 나를 쉬게 하기 위해 젊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광고에서처럼 카드를 가지고 즐기기만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다. 카드로 모든 것을 누리고 난 후에는 ㉡그만큼의 힘들게 번 돈이 카드사로 ⑦지불되어야 한다. 광고는 현실이 아니다. ⑧낭만적인 커피광고와는 달리 커피를 마신 후에는 즉시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인생이다.

■ 첨삭지도

① 불필요한 보조 용언은 문장을 어색하게 하거나 뜻을 불분명하게 한다. 보조 용언을 명료하게 하면 글이 간결해진다. 논술문에서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이나 예상의 표현’인 “같다”는 좋지 않은 표현이다. ‘줄어들었지만’으로 고치자

② 명확한 논거 없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나아지지 않은 내용이나 이유 중 하나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③ 신용카드 용도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으로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④ ‘그때그때’를 습관적으로 사용해 문맥상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그때그때 돈을 쓰지는 않지만’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카드를 긁다.’라는 표현도 ‘카드를 사용하다’의 통속적 표현이다. 논술문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⑤ 제시한 광고에서 ‘인생을 즐겨라’라는 내용을 과소비나 카드 빚으로 소비하라는 부추김으로, 또 인생을 ‘즐기기만’ 하라고 해석한 것은 의도 확대의 오류이다. 객관적 근거 없는 주관적 해석은 주장의 타당성을 떨어뜨린다.

㉠, ㉡은 부사어의 수식 관계나 관형어의 수식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장 구성이 어색하고 문장 의미를 모호하게 한다. 수식관계를 더 정확히 해 문장 의미를 명료하게 해야 한다.

⑥ ‘책임을 맡다’는 문체상의 오류이다. ‘책임을 지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⑦ ‘지불’은 일본식 한자어 표기이다. ‘지급해야 한다’로 고치자.

⑧ 마지막 문장은 많은 언어적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오류 때문에 중심 논제인 ‘인생론’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 총평

이 학생은 언어적 오류를 많이 범하고 있다. 특히 중심 논제인 ‘인생론’은 부차적인 내용이 되고 ‘카드 사용의 문제점’과 ‘광고의 문제점’이 중심 논제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문단에서 ‘몸이 힘들어 더 이상 일할 능력이 없어질 미래의 나를 쉬게 하기 위해 젊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논제와 관련된 내용을 쓰긴 했지만 마지막 문장의 커피 광고와 카드 광고에 대하여 ‘잘못된 유추의 오류’, ‘의도 확대의 오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등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글 전체의 논지가 타당성을 잃고 있다.

논제의 일부분인 카드 광고의 내용 해석을 너무 주관적으로 판단해 객관성을 잃은 것도 문제점이다. ‘즐기는 것=노는 것=방탕·과소비·무책임감’으로 작위적 해석한 것은 주관적 느낌이 강해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일관성 있게 제시한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논술문에서 많은 학생들이 잘못하고 있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의 입장이 아닌 본인의 생각을 일관성 있게 주장한 부분은 좋지만 논거의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주관적이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정확한 논제 파악과 핵심적인 주장 정리, 그리고 그에 따른 타당한 논거 제시의 삼박자가 좋은 논술문의 기본임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석록 대치메가스타디 학원 원장

■ 생각 넓히기

①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물질적 소비와 경제적 풍요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보다 사랑·존경에의 욕구나 지적·심미적 만족감을 나타내는 주관적 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조용한 혁명’의 개념을 이해한다. (윤리, 사회문화)

② 요가 온천 운동 등 건강을 위한 소비지출이 늘고 비싸더라도 유기농식품을 소비하는 참살이(웰빙)족의 소비행태를 살펴보고,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삶는 참살이의 개념을 이해한다.(일반사회, 윤리)

③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절제하는 저축이 필요하며, ‘고령화 사회’에서는 소득이 없는 노년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연금과 보험, 저축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짐을 이해한다.(경제, 사회문화)

④ 육체적 쾌락을 중시한 키레네학파와 정신적 쾌락을 중시한 에피쿠로스학파 등 쾌락주의 윤리학설과, 정념(情念)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목표로 금욕주의를 추구한 스토아학파를 비교해 본다(윤리, 세계사)

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없는 중용의 덕을 행복의 원천으로 파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권태를 극복할 수 있는 열의를 행복의 원천으로 파악한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론을 비교분석해 본다.(윤리, 세계사)

최강 최강학원장

■ 고교생 다음(10월18일) 주제

과학자들의 연구로 매일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자가 ‘과학적 법칙을 발명한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과학적 법칙을 발견한다’고 할 때도 있다. 과학자가 없더라도 과학적인 지식은 존재한다는 입장에서는 ‘발견’, 과학자의 재능을 존중하는 입장에서는 ‘발명’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표현이 타당한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1999학년도 서울대 학교장 추천제 지필고사, 2004학년도 인제대 의학계열 구술주제 등에서 변형)

○고교생은 9월 2일까지, 중학생은 9월 9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