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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釜山영화제 성공이 말해주는 것들

입력 | 2005-10-11 03:08:00


10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6일 개막된 뒤 부산은 수많은 국내외 관람객과 영화인이 모여들어 영화로 밤을 새우는 ‘시네마 천국’으로 변모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관람객은 개막 사흘 만에 지난해 총관객 16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영화인들은 이제 부산영화제를 통해 세계에 알려지기를 기대하고, 서구 영화인들은 한국과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유망한 영화인을 발굴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둔 것에 각국 영화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의 ‘한류(韓流) 열풍’이 부산영화제에 힘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거꾸로 부산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인지도를 높여 한류 붐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부산영화제의 성공은 무엇보다 주최 측의 철저한 프로정신과 부산 시민들의 화끈한 지원이 이뤄 낸 결실이다. 주최 측은 지역축제 행사에 끼어들기 쉬운 정치성을 배제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 정관계 등 외부 인사의 축사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 영화제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됐다. 외부 인사가 한번 끼어들기 시작하면 결국 영화제를 그르치게 되므로 전문가 체제로 일관되게 가야 한다는 소신을 지킨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부산 시민들은 주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행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지원은 받되 간섭은 받지 않는’ 주최 측의 원칙을 흔쾌히 수용한 부산시 당국의 자세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부산영화제는 칸이나 베니스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과 아시아 영화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제로서 운영이나 내실 면에서 세계 수준을 지향해야 한다. 부산영화제 참여와 지원은 한국의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뛰어넘는 영화제가 된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본격적인 세계 진출도 그리 머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