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이 잇따라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적절한 언행이다. 더욱이 강 교수의 글과 말을 ‘사상의 자유’에 포함시킨 견해는 법리(法理)를 오해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 의장은 “우리에게는 사상과 생각의 자유가 있으며 이는 북한 체제와 다른 강점”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이 말한 사상과 생각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건 자유이지만 그것을 행동이나 말과 글로 표출했을 때는 실정법의 제약을 받게 된다. 강 교수의 말과 글은 양심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강 교수의 잇따른 발언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통일을 지지 옹호하는 내용이 많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유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세력의 공격 행위까지 관용하는 것이 ‘북한 체제와 다른 우리 체제의 강점’은 아니다.
신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강 교수 문제는 법의 잣대로 처벌할 게 아니라 학문적으로 검증, 논박할 문제”라며 사법처리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인하고 실정법에 위반되는 발언을 했는데도 학문적으로 검증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헌법 부정을 국보법 폐지와 연관시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정략적인 행태다.
경찰은 강 교수 사건 기록과 구속의견서를 검찰에 보내 지휘를 기다리고 있다. 대검 공안부는 ‘강 교수의 발언에 이적성(利敵性)이 있다’며 ‘신속하게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정치인들의 부당한 간섭으로 수사의 결론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 교수의 ‘이적성 발언’은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념 대립의 최전선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을 옹호하는 것이 이 정권의 코드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