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cm에서 80cm로 점점 줄어들면서 한 줄로 나란히 선 84개의 인간 군상을 하얀색 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작품 ‘바라보기’ 앞에 선 조각가 김영원. 한 인간이 둘로 쪼개져 서로 마주 본 채 한없이 작아져 가는 변화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권주훈 기자
“살아갈수록 타인과의 소통이 결국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골몰하면서, 타인을 본다는 것도 결국 나를 보는 일이 아닐까, 다시 말해 내 감정과 욕망을 보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을 조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전시를 갖는 조각가 김영원(58·홍익대 조소과 교수)은 유행 사조나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30년 넘게 사실주의적 인체 조각을 천착해 온 조각계의 중견이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의 연작 조각 제목은 ‘바로보기’다. 인체의 앞면과 상반신은 아무것도 없는 평면인데, 뒷면과 하반신은 입체다. 뒤에서 보면 분명 두 사람이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가운데는 눈 코 귀 없이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고 비어 있는 셈이다.
인체가 갖는 공간성과 시간성을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작가는 오히려 조각에 역동성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200cm에서 80cm로 점점 줄어들면서 한 줄로 나란히 선 84개의 인간 군상을 하얀색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한 작품 ‘바라보기’(2층 전시관)는 배경이 거울이다 보니, 사람들이 끝없이 죽 서 있는 것 같다. 한 인간이 둘로 쪼개져 마주 본 채 작아지는 것으로 끝없는 변화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마음 상태에 따라 한없이 존재감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
1층 전시실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바라보다-그림자’ 작품들은 마치 그림자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체의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 내면서 결국 어느 것이 진짜 그림자이고, 어느 것이 인체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3층 전시실에 전시된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 역시 과거와 현재, 부조와 환조가 혼재한 공간이다. 뼈대만 있는 상자로 표현된 상반신과 인체 하반신이 합작된 작품들은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02-737-7650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