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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KBS 윤리강령과 PD협회장 비리혐의

입력 | 2005-10-11 03:09:00


‘직무 관련자에게서 제공되는 일체의 금전, 골프 접대, 특혜 등을 받지 않고 부당한 청탁을 하지 않는다.’

2003년 9월 제정된 한국방송공사(KBS) 윤리강령 조항 중 하나다. KBS는 당시 “이 강령으로 투명한 KBS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 PD협회장이자 PD연합회장인 이모 PD가 탤런트에게서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본보 10일자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KBS는 물론 방송계 전체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PD연합회는 지상파 방송사 PD들을 대표하는 직능단체로 그동안 방송계 현안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여론을 이끌어 왔다. 전체 PD의 얼굴 격인 PD연합회장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PD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안이다.

PD연합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이 PD의 해명을 들은 뒤 앞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 대처한다는 수준에서 회의를 정리했다. KBS PD협회는 이 PD의 회장직 임무 수행을 중지시키는 한편 부회장 대행 체제로 바꾸는 한편 진상 조사단을 구성해 사실 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 PD는 이날 KBS 전체 PD에게 e메일을 보내 “탤런트 L 씨가 참여한 골프 모임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일부 비용을 부담해 접대라고 느끼지 않았다”며 “L 씨가 방송 출연뿐 아니라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e메일에서 골프 모임은 인정했지만 술 접대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KBS 감사팀은 이미 당시 술값 영수증과 술집 주인의 증언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KBS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이 PD 측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감사팀 등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소문이 KBS 내에 끊이지 않고 있다. 탤런트 L 씨는 “감사 시작 후 이 PD가 끈질기게 사실을 부정해 달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알고 있던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도 “지역구 인사를 통해 ‘사건을 덮어 달라’는 이 PD 측의 청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