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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보수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철회하라”

입력 | 2005-10-11 03:09:00


해리엇 마이어스(60) 미국 백악관 법률고문을 연방대법원 판사로 지명한 것을 놓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보수그룹에서 ‘지명 철회’ 압박을 받고 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이론가인 빌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인은 9일 “최상의 대안은 마이어스 씨의 지명을 원점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샘 브라운백, 톰 코번 상원의원 등 청문회에 나서게 될 공화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환영한다”는 의사 표시 대신 “일단 지켜보겠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CNN방송은 이런 흐름을 두고 “보수파의 반란이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 지지층의 불만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마이어스 내정자가 4 대 4로 갈린 연방대법원의 9번째 대법원 판사 자리에 오른 뒤 낙태 불법화,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무효화 등 보수적 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어스 내정자는 법관 경험이 전무한 탓에 판결기록도 없고, 낙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개적 견해를 피력한 적도 없다. 이런 ‘미지의 영역’이 보수주의자에게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앤서니 케네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은 ‘스텔스(Stealth) 판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비행하는 능력을 갖춘 스텔스 폭격기처럼 청문회 때까지는 검증망에 안 걸렸으나 종신직인 대법원 판사에 오른 뒤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복잡해지자 부시 대통령의 해결사인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은 6일 대표적인 보수그룹 지도자들과 ‘다자간 전화 회의’를 갖고 진화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9일 “일부 전화 회의 참석자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며 막후 설득작전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역설적이지만 민주당 역시 마이어스 내정자의 기록 부재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파악하고는 있으나 인준된 뒤 강경한 보수적 판결을 내릴 가능성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에서 “이런 이유에서 마이어스 내정자의 인준청문회는 치열한 격전장이 될 것이 뻔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