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축하해”두산 선수들이 전상렬(아래)의 머리를 때리는 독특한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수비형 선수인 전상렬은 주전 좌익수 최경환 대신 포스트시즌 출장 기회를 잡은 뒤 공수주에 걸친 맹활약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영광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삼성, 나와라.’
두산이 사흘 연속 한화를 꺾고 플레이오프 전적 3승 무패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두산은 나흘간의 꿀맛 휴식을 취한 뒤 15일부터 정규시즌 1위 삼성을 맞아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 이후 4년 만이다.
김경문 감독으로선 데뷔 첫 해인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1승 3패로 무너졌으나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안타 수는 한화가 7개, 두산은 4개에 머물렀지만 승리는 두산의 차지였다. 한마디로 ‘뛰는 야구’의 승리였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5회말 두산 공격. 2사 후 전상렬이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당황한 포수 신경현의 2루 송구가 뒤로 빠졌고, 이 틈을 타 전상렬은 3루까지 내달렸다.
여기서 또다시 중견수 데이비스의 악송구가 나왔다. 데이비스가 던진 공이 3루수 이범호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사이 득점에 성공. 바로 이날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전상렬은 3차전 결승 득점 포함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타율 0.600)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부상은 상금 300만 원과 트로피.
전상렬은 “프로 14년차 만에 처음 상을 받게 됐다. 너무 기쁘다. 학교 다닐 때도 상복이 없었다. 한화처럼 삼성도 친정팀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승컵을 안겠다”고 말했다.
반면 활발한 타격이 트레이드마크인 한화는 거포 김태균의 부진(11타수 1안타) 속에 3경기를 합쳐 고작 1득점에 그치며 완패했다.
두산 신인 선발 김명제는 5이닝을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사상 최연소 승리투수가 됐다. 18세 9개월 5일 만의 쾌거로 현대 김수경이 1998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기록한 19세 2개월 10일을 5개월여 단축.
두산은 5회 무사 1루부터 이혜천 이재우 정재훈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을 총가동하며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두산 김경문 감독=지난해 아쉽게 3위를 해서 올해는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싶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고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김명제를 오늘 선발로 세운 것은 고참들이 잘 뒷받침해 줘 승리를 따내면 그에겐 1승 이상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삼성은 쉽지 않은 상대지만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1차전부터 기선을 잡아나갈 계획이다. 박명환을 선발로 올릴 생각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역시 두산은 마운드가 강했다. 투수들의 결정구가 좋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반면 우리는 몇몇 투수에 의존했고 이게 고전의 원인이었다. 내야 수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포스트시즌에서 김태균 등 중심 타선이 제 역할을 못했다. 올 시즌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중점 보완해 내년에는 훨씬 짜임새 있는 팀으로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