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개인용컴퓨터(PC)에 수신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KBS가 “적대적 언론의 부정적 매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했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이는 KBS가 최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의원에게 제출한 ‘수상기 개념 재정립 문제’라는 문건(A4용지 1장)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A대 언론정보학과 B 교수는 “적대적 언론들의 부정적 매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방송법 조항 중 ‘수상기’에서 ‘수신설비’로의) 명칭 변경은 전체적인 방송법 수정이 시도될 때 일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BS 정연주(鄭淵珠) 사장은 4일 국회 문광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TV를 볼 수 있는 PC에 수신료를 부과할 생각이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검토하고 있다. 방송법상 수상기 개념을 수신설비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문건은 KBS가 2003년 10월 ‘수신료 제도 A에서 Z까지’라는 정책연구집 발간을 앞두고 KBS 방송문화연구팀이 수상기 개념 확대와 관련해 국내 대학 법학과 및 언론정보학부 교수 3명의 의견을 정리 요약한 것이다. 이들 3명의 교수는 현행 방송법 64조의 ‘수상기’를 ‘수신설비’로 바꾸는 데 “내용이나 방향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모두 동의했다. B 교수는 “명칭 변경의 논리적 근거나 목적성은 명확하고 적절하나 수입증대 목적이라는 의구심, PC TV 등 뉴미디어 소유층(젊은 층)의 반(反)KBS적 이미지 형성, 한국식 수신료 방식의 장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10일 KBS 국감에서 “정작 2003년 11월 KBS가 펴낸 ‘수신료 제도 A에서 Z까지’에서는 수상기 개념 확대에 대한 구체적 방향과 내용은 나오지 않고 일본 영국 독일 등 외국 공영방송의 수신료 제도만 언급됐다”며 “KBS가 B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방송법 개정이 시도될 때까지 수상기 개념 확대의 이슈화를 늦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그 문건은 KBS의 견해가 아니고 학자들의 의견을 모은 것일 뿐”이라며 “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론이 있었고 문제점 지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