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주택 경기 침체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본격적인 냉각기에 접어들었고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주택사업을 늦추면서 신규 주택 공급도 줄고 있다.
다음 달 초에 있을 서울시 10차 동시분양에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2개 건설사만 참여할 예정이다.
건설 경기 상황을 보여 주는 각종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9월 체감 경기와 공사 물량은 올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 아파트 시장은 미분양 속출하고
비(非)투기지역인 일부 지방 중소도시를 제외하고 서울, 경기 지역과 지방 대도시의 분양시장은 대규모 아파트 분양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 실시한 서울시 9차 동시분양에서는 모든 평형이 대거 미달됐다. 5일 1순위 청약(4개 단지·425가구)에는 신청자가 106명에 불과했다. 경쟁률은 0.25 대 1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3순위까지 청약자가 없어 미분양 상태로 남은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 울산 남구 등 광역시에서 분양한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도 지금까지 계약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주택 구입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미루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분양을 늦추거나 주택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쌍용건설 이광진 건축영업부장은 “주택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아파트형 공장 건설이나 해외사업 등 비(非)주택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서울시 10차 동시분양에는 현대건설, 보람건설 등 2개 업체만 참여해 347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업체가 참여했으며 분양 물량도 3월의 2차 동시분양(3개 건설사·124가구)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10차 동시분양(14개 건설사·1177가구) 때보다는 3분의 1 이상 줄었다. 두 회사도 지난주 구청에 분양승인 신청을 해놓고 실제 분양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등 수도권에서 주택사업을 준비하던 GS건설, 코오롱건설, 벽산건설 등도 분양을 12월이나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11월 전국의 분양 아파트는 10월의 절반 수준이 될 전망.
○ 건설 경기 더 나빠질 듯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1.3으로 올 1월(47.4)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2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100 이상을 보인 대형 건설사의 CBSI는 8월(83.3) 처음으로 100 아래로 내려갔고 9월에는 41.7로 뚝 떨어졌다.
CBSI가 100 미만이면 건설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는 기업이 좋아졌다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
주택공사 물량도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9월 공사물량지수는 61.6으로 지난달(80.1)보다 하락했다. 비주택 부문을 포함한 전체 공사물량지수는 62.6이었다. 대형 건설사의 공사물량지수는 지난달보다 절반 이하로 하락한 58.3을 보였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건설 경기가 더 위축돼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주택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 경기의 경착륙과 연착륙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