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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님! 한말씀]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

입력 | 2005-10-13 03:01:00


《아직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가치투자보다 차트를 이용한 단기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업 실적을 분석하고 그것을 토대로 우량주를 사 오래 기다리는 가치투자는 재미도 없고 수익률도 역동적이지 않기 때문. “가치투자는 이상일 뿐이다. 그런 게 실전에서 통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최근 1년간 가치투자자들의 성적이 좋았다는 소식에 “그건 최근 1년 동안 전체적으로 증시가 워낙 활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폄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연 가치투자는 이상일 뿐이며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인 투자전략일까. 가치투자가 실전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의 투자 성적표를 보자. 가치투자 수익률은 2003년 55.5%, 2004년 49.4%, 올해 들어 9월까지 84.6%로 나타났다. 2년 9개월 동안 누적 수익률은 무려 328.7%에 이른다.》

○철저한 가치투자자

지금은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가치투자는 한국 증시에서 소외된 투자전략이었다.

그런데 박 사장은 투자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가치투자 철학을 버리지 않은 ‘지독한’ 가치투자 신봉자다. 가치투자자문을 창업하기 이전인 2001, 2002년 새턴투자자문 사장으로 일하면서 가치투자로 각각 연 45%, 31%의 수익을 올렸다.

2001년부터 그에게 맡긴 투자자의 돈은 현재 투자 원금의 8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다.

마술을 부린 것 같지만 사실 그의 투자 철학은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상무나 신영투자신탁운용 허남권 이사, CSFB 이서구 상무 등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는 가장 보수적인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사업을 한다는 기분으로 종목을 고릅니다. 내가 직접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종목을 함부로 고를 수 없어요. 종목을 철저히 이해하면 어떤 상황이 와도 참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의 책장에는 기업에 대한 리포트가 빼곡히 쌓여 있다. 한 기업에 대해 분석을 시작하면 결론을 얻어야 그만둔다.

심지어 3개월 동안 요청한 끝에 한 상장기업의 기술연구소장을 만나 그 기업의 핵심 기술에 대해 배운 적도 있다.

○주식 투자는 위험과의 싸움

투자 철학을 묻자 그는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식 투자는 결국 위험과의 싸움”이라고 교과서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소신은 확고하다.

“잃지 않으면 언제든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나 한번 잃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그는 기업을 분석할 때도 어떤 위험이 있는지부터 살핀다. 위험 관리가 잘 돼 있는 기업, 그래서 실적이 안정적이고 꾸준히 배당을 하는 기업에 집중한다. 주가가 급등하지 않아도 초조해하지 않는다. 3년이건 5년이건 기다리면 주가는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너무 자주 사고파는 분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개인투자자라면 1년에 3개 종목 정도만 제대로 분석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철저히 기업에 집중하고 평생을 신뢰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오래 기다리면 좋은 기업은 반드시 투자에 대한 보상을 해 준다”고 강조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박정구 사장은…

△1963년생 △198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연세대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 △1989년 동원증권 입사

△1991년 교보생명 펀드매니저 △1996년 삼성JP모건투신운용 펀드매니저 △1997년 삼성투신운용 펀드매니저

△1997년 매일경제 선정 안정형 펀드 수익률 1위 펀드매니저 △2000년 새턴투자자문 사장 △2002년 가치투자자문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