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두 남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빨간 구두’. 사진 제공 시네파크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이탈리아 영화 ‘빨간 구두’의 느낌은 이렇게 다가온다. 성공한 유부남 외과의사가 잡초처럼 살아가는 시골 여자를 만나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평범하다.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즈를 빼고는 주목할 만한 캐스팅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나면, 세찬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빠져나온 듯 멍한 기분이 든다.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주연, 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한 남자의 욕망과 사랑을 따라간다.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인 두 남녀, 매력적인 아내가 있는 외과의사 티모테오와 볼품없고 초라한 시골여자 이탈리아. 처음엔 티모테오의 일방적 폭력에서 시작된 둘의 왜곡된 관계는 차츰 열정적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마룻바닥에서, 공원에서, 골목길에서, 둘이 뒹구는 정사신은 매우 노골적이지만 이들 장면은 에로틱하기보다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슬프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희생하는 사랑에 빠진 이탈리아 역의 크루즈, 안락한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티모테오 역의 카스텔리토. 둘의 뛰어난 연기력은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카스텔리토 감독의 부인이자 소설가인 마가렛 마잔티나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그래서인지 울림을 주는 대사들이 많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린 다 잔인해. 언젠가 진짜 사랑을 하리란 기대만을 할 뿐이지.”
“사랑하는 사람은 늘 곁에 있는 거야. 서로 만나기 전부터.”
원제 ‘Non ti muovere(움직이지 마)’. 14일 개봉. 18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