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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익수/華商들이 韓流를 타게 하자

입력 | 2005-10-13 03:03:00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8차 세계화상(華商)대회’를 계기로 화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상은 ‘중국인 기업가’를 말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중국 본토 기업가와 해외 화교 기업가는 기업경영 전략과 행태가 다르다.

본토 기업가들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틀 속에서 창업을 하거나 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에 관료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화교 기업가들은 시장경제 체제의 현지 국가 정부의 정책, 문화와 공조하면서 나름대로 생존해 왔기 때문에 경영 전략이 매우 유연하지만 보수적인 특성도 강하다.

지금까지 우리와 중국인 기업가의 교류는 주로 본토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 등지에 있는 해외 화상들과 교류 협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한국 내 화교의 미미한 활동 등이 걸림돌이었으며, 화교 등 외국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배타적 태도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존 네이스비츠가 ‘메가트렌드 아시아’란 책에서 말했듯이 21세기는 중국인의 시대라고 할 만큼 해외 화상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해외 화교는 약 6800만 명인데 2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자산으로 동남아 상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현지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막강한 자금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본토 기업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중국 부동산 개발, 유통, 금융, 서비스 등의 분야에 투자함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나 EU 금융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중화 경제권 번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해외 화상들과 어떻게 교류 협력을 확대할 것인가? 우선 화상들의 니즈(needs·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들은 자금력과 정보력이 강하다. 그들의 취약한 부분은 기술과 브랜드 파워인데, 이 같은 경영 자원은 우리의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도의 통신망과 물류 인프라를 가진 싱가포르, 상당한 수준의 정보기술(IT)과 생산 능력을 보유한 대만, 금융 서비스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홍콩의 기업인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내수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협력 아이템의 발굴이다. 한 가지 방안은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이용해 영화, 교육, 온라인게임 등과 연계된 문화 콘텐츠를 개발 보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중국의 IT, 소매유통, 관광, 호텔, 부동산 개발 등의 분야에서 해외 화상, 본토 기업가들과 3자 공동 지분 투자를 확대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시장의 수요에 맞는 IT 제품 개발, 한류 문화상품의 현지화가 필요하다. 서비스 분야의 경우는 화상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물론 화상과 협력의 물꼬를 트는 데 어려움이 없진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걸림돌은 서비스 분야에 집중된 업종구조, 배타적인 조직문화, 낙후된 가족 형태의 경영 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다. 중국인 간의 강한 결속력과 배타성은 상거래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킨다면 극복할 수 있다.

날로 글로벌화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인과 화상이 민족 간 경계를 뛰어넘어 상호 ‘윈윈’ 하는 경제교류와 협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김익수 고려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