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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南南갈등 속, 北 노동당에 求愛하는 文의장

입력 | 2005-10-14 03:00:00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국회 연설에서 “민족과 국민의 운명을 가름하는 대전환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며 북한 조선노동당과의 교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 정상회담과 국회회담 성사를 위해 방북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청와대와 여권의 ‘강정구 구하기’로 남남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 나온 문 의장의 ‘남북 집권당 교류’ 구상은 우선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 좌(左)편향 분위기를 타고 번지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무장해제를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동당은 당 규약의 적화통일 규정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법상 이적단체다.

이미 ‘자주’와 ‘민족끼리’라는 구호 아래 무차별적으로 추진되는 대북(對北) 유화책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심각하다. 북은 적화통일 규약을 삭제할 생각도 않고 있는데 우리는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 개념을 삭제했고, 국가보안법은 사문화(死文化)될 지경이다. 북한은 군사대화 제의에 꿈적도 않는데 정부는 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요구하고 있다. 무리하게 환수하면 유사시 미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턱이 없는데도 청와대는 “문제없다”고 큰소리친다.

북한군의 전면전 감행에 대비해 한미 양국이 세운 ‘작전계획 5027-04’까지 새 나가 야당 의원에 의해 국회에서 공개되는 지경이다. 모두가 “우리 형제인 북한이 남침할 리 없다”는 낙관이 깔려 있다.

한편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한국통인 미 하원 국제관계위 데니스 헬핀 전문위원이 최근 세미나에서 한국을 ‘북한 선전에 놀아나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하고, 한미관계를 ‘관(棺) 뚜껑을 덮기 직전의 시신 상태’라고 비유한 것은 두 나라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런 형편인데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권 핵심 관계자들의 언동(言動)은 그치지 않는다. 지금 여당 의장이 내놓아야 할 것은 노동당에 대한 ‘러브 콜’이 아니라 흔들리는 국기(國基)를 바로잡을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