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姜禎求·사회학) 교수가 북한 대남전위기구의 지침에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대남전위기구의 홈페이지에 6·25전쟁과 주한미군의 성격 등에 대한 강 교수의 논문과 칼럼이 다수 게재됐던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과 경찰은 구속영장과 구속의견서에서 “강 교수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은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반제민족민주전선(반민전)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의 행동지침에 이론적 틀을 제공해 왔고, 이제는 실천해야 한다는 결론을 맺고 있어 단순한 학자로서의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이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경계선을 넘어 헌법 질서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만큼 반드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는 것.
검경은 특히 강 교수의 잇단 발언이 국내의 본격적인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과 시기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반민전은 올해 초 홈페이지인 ‘구국전선’에 게시한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는 남조선의 주한미군 철수 원년이며, 이는 맥아더 동상 철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경은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 본부와 한총련 등이 ‘맥아더 동상 철거는 만악의 근원인 주한미군을 몰아내겠다는 의지의 선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궤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구국전선의 ‘반맥아더 백서’ 요약집에는 6·25전쟁과 주한미군의 성격 등에 대한 강 교수의 논문과 칼럼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강 교수가 직접 구국전선에 올린 글이 아니고, 서버도 일본에 있어 누가 이 글을 게시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강 교수의 글이 남한 내 친북세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40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반민전의 신년 메시지를 담은 문건 △반민전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강 교수의 강의 내용, 논문, 발언록 △‘미군은 학살자, 맥아더는 한국인의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는 강 교수의 주장을 전한 조선중앙방송 보도 등을 구속 사유 증빙자료로 첨부했다.
한편 강 교수는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빚어지기 직전인 올 6월 말 진보단체인 인천 통일연대 초청 강연회에서 “맥아더의 본색을 제대로 알면 (동상을) 당장 부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7월 17일 맥아더 동상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단체가 충돌한 직후인 같은 달 27일에도 강 교수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 ‘6·25는 북한 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칼럼을 게재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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